영국 서부 런던 출신으로 옥스퍼드브룩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던 소말리아계 영국인 아흐메드 후세인은 2007년 학교를 그만두고 케냐를 거쳐 소말리아로 들어갔다.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에서 훈련을 받은 그는 에티오피아군을 대상으로 자살폭탄 테러를 저질러 20명을 숨지게 했다. 테러에 앞서 촬영한 동영상에서 그는 또렷한 영국식 영어로 "치욕스러운 삶보다 명예로운 죽음이 낫다"며 "소말리아에 와서 적들에 대한 전쟁에 동참하자"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뿔' 소말리아가 서양 출신 이슬람 전사 양성기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에서 활동하는 영국 출신은 50명 정도인데 기독교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한 백인과 소말리아계 영국인이 많다. 이들 외에 미국, 캐나다 출신도 알샤바브에서 활동 중이다.
소말리아를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따르는 국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알샤바브는 2010년부터 알카에다와 공식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영국 안보 당국자는 "통제 불능 상태인 소말리아가 1990년대의 아프가니스탄처럼 이슬람 무장세력의 근거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991년부터 내전을 겪고 있는 소말리아에는 2004년 과도정부가 들어섰지만 무장세력 간 충돌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알샤바브는 서양 출신 지원자를 모집하는데 적극적이다. 한 안보 전문가는 "영국 등 서양 출신은 대부분 교육을 받았고 컴퓨터를 다룰 줄 알며 운전도 할 수 있고 서양과의 연결고리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슬람 무장단체로서는 활용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알샤바브는 트위터나 유튜브 등을 활용해 자신들의 논리를 선전하고 있다.
영국 등 서양 무슬림은 자금줄 역할도 한다. 알샤바브는 연간 수만파운드의 자금을 영국에서 송금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에 살고 있는 소말리아계 인구는 25만명에 달한다. 소말리아는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다 1960년 독립했다.
영국은 소말리아에서 훈련받은 이들이 영국으로 돌아와 테러리스트로 활동할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최근 "(소말리아 같은) 파탄 상태의 국가가 영국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영국은 7월 열리는 런던 올림픽에 대한 테러를 특히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기가 열리는 런던 이스트엔드 지역에 소말리아 이민자들의 집단 거주지가 있기 때문이다. 알샤바브는 2010년 우간다에서 월드컵 시청자 76명을 숨지게 한 폭탄 테러를 일으키는 등 아프리카에서는 여러 테러에 연루돼 있지만, 영국에서 테러를 일으킬 만한 능력과 동기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한 안보전문가는 "소말리아 무장세력은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물지는 않고 짖는 단계"라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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