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들의 질주가 무섭다. GM대우나 르노삼성, 쌍용차등은 말할 것도 없고 현대차와 기아차마저 국내 시장에서 주춤하는 사이, 수입차들은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젠 '수입차=부유층 전유물'이란 등식도 깨져 작년에는 사상 처음 연간판매 10만대, 총 유통차량 60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입차 소비자들의 불만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가격은 여전히 높고, 부품값은 더 비싸고,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우선 가격. 과거보다는 내렸다고 하지만, 수입차의 한국판매가격은 여전히 해외보다 20~30% 가량 높다. 여기에 일부 회사들은 지난해 7월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관세인하에도 불구, 자동차값을 되레 인상했다. 더구나 국내 수입차종이나 색깔은 제한되어 있어, 선택폭도 좁다. 그러다 보니 "비싼 돈 주고 사면서도 홀대 받는 것 같다"는 불만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혼다는 홈쇼핑채널을 통해 150대 정도의 차량을 팔려고 했다가 무려 2,700여명이 가계약하는 바람에 시승기회조차 주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한 계약자는 "업체의 재고처리에 들러리섰다는 불쾌감이 든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만든 차량이 국내로 들어오는 데는 통상 2개월 정도 걸린다. 운송기간이 길어 고장이 잦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도 부품가격은 터무니없이 높고, 애프터서비스도 불편하기 짝이 없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수입차 평균 수리비는 국산차보다 무려 5.3배 높다. 미션오일만 해도 국산차의 교체비용은 30만~50만원인데, 외제차는 150만원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수입차는 부품정보가 알려져 있지 않아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부품을 수입한 후 생산현지의 구입가격에 관세 운송료 유통마진을 더해 판매되는데 이 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거품이 잔뜩 낀다는 것이다.
국산차보다 2~3배 높은 공임(인건비) 수준과 정비기간도 불만 사항이다. 때문에 수입차 소비자들의 불만 신고률은 국산차에 2배에 달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승용ㆍ자동차 관련 피해구제 사건을 분석한 결과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1만대당 10.8건, 국산차는 5건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수입차 회사들은 판매량 증가를 위해 딜러수나 전시장은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정작 서비스 센터 증설에는 소홀하다는 평가다.
소비자 불만이 이처럼 계속 고조되자 마침내 정부가 가격 거품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초부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아우디-폴크스바겐 코리아 ▦한국도요타 등 요즘 가장 잘 나가는 4개 수입차 업체를 대상으로 신차가격, 가격결정 과정, 유통구조, 국내외 판매가격차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서면조사가 끝나면 딜러점까지 직접 나가 강도 높은 현장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2~3년마다 실시되는 정기조사차원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수입차 시장이 급속 확대된데다 소비자 불만이 계속되는 시점이어서 과거와는 강도 자체가 다를 것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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