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12억원의 아파트가 1억원대에, 30억원짜리 상업시설이 6억원대 경매로….
믿을 수 없는 가격 같지만 최근 부동산 경매에 실제로 부쳐졌거나 경매로 나올 물건들이다. 언뜻 봐서는 낙찰만 되면 그 자리에서 수억원에서 십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대박'물건. 하지만 이런 물건이 수 차례 유찰을 거듭하며 감정가의 최저 10% 수준까지 곤두박질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숨어있다. 모르면 당할 수도 있는 '경매의 함정'이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이른바 특수 경매 물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들 특수물건은 복잡한 권리관계가 숨어 있는 만큼 입찰 전 꼼꼼한 투자분석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수물건이란 유치권(빚을 받을 때까지 해당 물건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 법정지상권(건물주가 토지 주인에게 건물을 철거당하지 않을 권리) 등 경매 낙찰자가 인수해야 할 권리가 남아있는 물건을 말한다. 낙찰가 외에 법적으로 추가비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감정가가 10억원인 아파트가 1억원에 낙찰됐다 하더라도 법원 판결이 확정된 유치권으로 10억원이 설정돼 있다면 낙찰자는 총 11억원을 부담해야 된다.
서울 봉천동의 복합건물 내 사우나(1,176㎡)는 최초감정가 29억3,405만원에 경매로 나왔지만 지금은 20% 수준인 6억1,531만원까지 떨어졌다. 유찰이 반복된 것은 낙찰자가 낙찰금 외에 지불해야 할 돈이 많아서다. 권리분석상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4명이나 되며, 유치권만 8건이 걸려 있다. 대부분 낙찰자가 지게 될 추가 비용이다.
다음달 21일 경매에 부쳐지는 서울 신문로2가의 K빌라는 감정가 12억원의 20% 수준인 2억4,000만원에 나온다. 그 동안 유찰이 거듭된 이유는 선순위 전세권으로 4억4,000만원이 걸려 있었기 때문. 낙찰을 받더라도 4억원이 넘는 전세 보증금을 별도로 돌려줘야 한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소액 투자처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시세보다 70% 이상 싼 특수물건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 이런 특수물건은 권리관계가 복잡해 가격만 보고 일반인들이 들어갔다가는 본전도 건지기 힘든 만큼, 전문가의 조언을 얻은 뒤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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