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은 50조개 이상의 세포로 이뤄졌다. 세포의 수명은 며칠에서 몇 개월. 세포가 죽으면 세포분열을 통해 새로운 세포가 그 자리를 채운다. 엄청난 숫자로 분열하는 과정에서 종종 비정상적인 세포가 생긴다. 암세포다. 암세포는 죽지 않고 계속 분열하며, 혈액을 타고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쉽게 전이된다. 암을 치료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사용하는 항암제는 암세포와 주변의 정상세포까지 죽여 부작용이 크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머리가 빠지는 것도 이러한 부작용 탓이다. 그래서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표적 치료제 개발이 주목을 받고 있다.
표적 치료제에 주로 쓰이는 게 바로 나노 구조물.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구멍이 촘촘히 뚫려 있는 나노 입자가 암세포에 달라붙으면 안에 있던 항암제가 구멍을 통해 흘러나오는 식이다. 하지만 항암물질을 전달한 나노 입자가 우리 몸 안에선 볼 수 없는 '이물질'인 만큼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 하버드 의대와 이스라엘 바르일란대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항암물질을 전달하는 나노로봇을 DNA로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DNA는 우리 몸의 유전 정보를 구성하는 기본 물질.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 네 가지 염기로 이뤄져 있다.
이들이 개발한 DNA 나노로봇은 혈액을 타고 몸 안에 있는 암세포를 찾아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암세포 표면에 있는 특정 단백질과 만나면, 자물쇠 역할을 하던 DNA 구조가 바뀌면서 열리게 되고 그 안에 있던 항암물질이 암세포에 전달된다. 더욱이 DNA는 몸 안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또 자연적으로 분해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로봇은 연구실에서 백혈병과 림프종 암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항암물질을 정확하게 전달했다. 실험에 쓰인 로봇의 수는 각각 1,000억개 수준.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그 종류를 즉각 인식해 맞춤 대응을 하는 백혈구를 본따 DNA 나노로봇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생김새는 둥근 공이 아닌 조개 껍데기 모양이다.
하버드 의대 숀 더글러스 교수는 "자물쇠 역할을 하는 DNA 구조 등 좀 더 완벽하게 할 문제가 여럿 남았다"면서도 "암을 치료하는 데 한발 더 다가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17일자에 소개됐다. 사이언스>
변태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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