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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작가 양석일 '다시 오는 봄' 국내 번역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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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작가 양석일 '다시 오는 봄' 국내 번역 출간

입력
2012.02.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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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는 그 시대의 특수한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어둠의 아이들> (태국 등지의 아동 성매매, 장기매매 등을 다룬 2002년 출간 소설)에서 밝혔듯이 인간을 성(性)도구화하는 일은 지금도 자행되고 있고 미래에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과거 문제 혹은 여성만의 문제로 여겨서는 안됩니다."

재일동포 작가 양석일(76)씨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장편소설 <다시 오는 봄> (산책 발행)이 국내 번역 출간됐다. 조선인 위안부 김순화가 일본군 전선에 끌려다니며 성노예로 살았던 7년 간의 세월을 양씨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거침없는 문체로 그린 작품이다. 일본군의 일상적 성적 학대, 곧잘 살인으로 치닫는 폭력에 노출된 위안부 피해자들의 비참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표현됐지만, 그 불편한 묘사는 작가가 꼼꼼히 취재한 사료와 증언에 바탕하고 있다.

양씨는 대표작 <피와 뼈> (1998)가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공영방송 NHK가 2008년 양석일 특집 방송을 할 만큼 일본에서 대형 작가로 통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만큼은 주간지 연재를 거쳐 재작년 출간되는 내내 일부 우익 단체의 협박을 빼면 "언론, 문학계, 지식사회 어디서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증언이다. 이번 소설을 번역한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의 통역으로,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양씨와 19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_일본 사회는 왜 이 소설을 외면하나.

"(1990년대 후반) 피해자 1인당 200만엔의 보상금을 준 것을 끝으로, 일본인들은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길 꺼린다. 부끄러움 때문일 것이다. 이에 맞서 한국은 일반 시민도 위안부 문제를 잊지 않도록 계속 알려야 한다."

_소설은 살기 위해 지옥 같은 환경에라도 적응하려 하는 위안부들의 일상을 묘사하는 데도 공을 들인다. 의미 있는 시도이지만, 반일(反日) 감정이 강한 일부 한국 독자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겠다.

"위안부 문제는 본질적으로 인간 존재의 문제이다. 민족주의적 시각을 넘어 문제의 근원을 봐야 한다. 예컨대 전쟁. 일본군이 인간 역사의 가장 비참한 사건인 위안부 문제나 대량 학살을 일으킨 배경이 바로 전쟁이다. 독일군의 아우슈비츠 대학살도 마찬가지다. 전쟁은 인간성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사건이다."

_"내 문학관으로는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걸 절대 피할 수 없었다"고 했는데.

"내가 주창했던 '아시아적 신체론'의 대표 사례가 일본군 위안부다. 일본 군국주의는 차별과 신체 훼손을 통해 '살아있지만 죽은 듯 살아가는 존재'를 만듦으로써 작동됐는데, 위안부와 군인 사상자가 대표적이다."

_취재는 어떻게 했나.

"니시노 루미코 씨라고, 위안부 문제에 정통한 일본 여성 활동가를 통해 증언을 수집하고, 일본군의 전장이었던 중국 난징, 미얀마 라멍의 위안부 시설을 답사했다. 도쿄에 살던 재일동포 피해자를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돌아가셨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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