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거수기 사외이사 그만" 반기 드는 금융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거수기 사외이사 그만" 반기 드는 금융권

입력
2012.02.19 12:03
0 0

KB국민은행 노조는 다음달 23일 주주총회에서 진보적 변호사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김 진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할 예정이다. 은행권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노조는 10일 KB금융 지분 0.91%를 보유한 우리사주조합의 의결권을 위임 받아 사외이사 추천을 위한 주주제안서를 사측에 제출했다. “2008년 KB금융지주 설립 이후 사외이사 선임 때마다 정치적 외압 및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져 독립성이 생명인 사외이사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비영리 사단법인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은 올해 주총에서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에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재벌총수를 배제하는 주주제안을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CGS는 조만간 이런 내용을 담은 의결권 행사 지침서를 기관투자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제도가 심판대에 올랐다. 사외이사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본격 도입됐지만, 그간 대주주와 경영진의 ‘찬성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실제 사외이사 대다수가 보험용으로 영입된 청와대ㆍ검찰 등 권력기관 출신이거나 재벌총수ㆍCEO와의 친분관계로 임명되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은행권 노조 등이 사외이사 선임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하나, 신한,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의 사외이사 총 57명 가운데 36명의 임기가 곧 만료돼 다음달 주총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전체 사외이사의 63.2%가 한꺼번에 임기 만료되는 이유는 지주사들이 작년부터 시행한 ‘지배구조 모범규준’ 때문이다. 이 규준에 따르면 사외이사 임기는 최초 선임 시 2년, 연임 시 1년으로 제한하고 최장 임기는 5년으로 못박았다.

지금껏 사외이사는 3년마다 연임 여부가 결정되고 임기 제한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사외이사들이 경영진과 밀착해 견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예컨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1~11월 4대 금융지주가 총 48회 이사회에서 109개의 안건을 상정했는데, 사외이사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찬성표를 던진 결과 100% 가결됐다.

이 같은 ‘거수기’ 사외이사 선임을 막기 위해 은행권 노조가 나선 것이다. 국민은행에 이어 신한은행 노조도 계열사 노조와 힘을 모아 신한금융지주 주총에 사외이사 한 명을 추천하기로 했다. 김국환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2010년 ‘신한사태’가 일어난 것도 결국 경영을 투명하게 감시하고 견제할 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사외이사 추천은 투명경영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 노조의 움직임과 맞물려 국민연금 역할론도 다시 강조되는 모습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모범적 기업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9.3%)에 사외이사 추천을 요청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지나친 경영 간섭 등 부작용은 최소화해야겠지만,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는 원칙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면 배임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 연구위원은 “사외이사가 독립성을 보장받으려면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선임하는 사람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수”라며 “의결권 행사 지침서를 통해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권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