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한파가 이어지다 예년의 기온을 되찾고 있다. 총선 등의 정치이슈에 갇혀 있는 동안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소식이 있어 우려가 크다. 호주와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국까지 AI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바이러스가 평소보다 훨씬 많이 검출되고 있다고 한다. AI가 크게 유행하지 않았다는 지난해에도 국내에선 수백만 마리의 오리와 닭을 매몰 처분해야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추위가 물러가면 AI는 저절로 소멸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 심각한 피해를 입혔던 2008년의 경우 3~4월에 전국으로 확산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계속되는 한파로 야생조류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남쪽의 철새들의 북쪽으로 이동하는 시기와 겹쳐 우리나라 주요 철새도래지가 AI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게 되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달 전국 야생조류의 AI 바이러스 검출비율을 조사한 결과 3.5%로 나타나 한 달 전(0.3%)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와 인접한 홍콩과 대만에서 이미 AI가 발생했음이 확인됐고, 베트남과 중국에선 사람에게까지 감염돼 3명의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2004년 국내에서 AI가 처음 발생했을 때와 심각한 피해를 입었던 2008년 당시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긴장의 끈을 조금도 늦출 수 없다.
일단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국이 4월까지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삼아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가금류 농가들이 자체 방역에 나서고 있다지만 일반 국민들의 관심과 협조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철새도래지가 전국에 퍼져있고, 4월 총선 등으로 주민들의 교류ㆍ이동이 유난히 많아지는 시기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는 2008년의 사태를 잘 극복하여 지난해 9월 ‘AI 청정국가’의 지위를 회복했다. 현재 보건당국이 시작하고 있는 각종 예방과 방역 조치에 인적ㆍ물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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