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대표 A씨는 요즘 마냥 기분이 좋다. 한국영화들이 극장가에서 최근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무엇보다 300만명 언저리 영화들이 늘어 시장도 활기를 띠게 될 듯하다. 내 영화가 아닌데도 흐뭇하다"고 말했다.
충무로에 흥행 봄바람이 불고 있다. 드문드문 이어지던 이른바 '중박 영화'들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극장 활황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중박 영화는 40억원 이하의 순제작비를 들여 300만 안팎의 관객을 모으는 영화를 일컫는다. 대박은 아니지만 제작비의 2배 이상을 벌어들여 영화사에 쏠쏠한 수익을 안겨주는 영화들이다. 중박 영화는 흥행의 허리를 차지하며 자금의 선순환, 투자 분위기 개선 등 여러 긍정적 효과를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극장가는 한국영화 트로이카가 이끌고 있다. 설날 연휴를 겨냥해 개봉(1월18일)한 '댄싱퀸'과 '부러진 화살'이 18일 기준 각각 348만8,059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 328만3,917명을 모으며 장기 흥행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2일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319만9,655명으로 그 뒤를 쫓고 있다. 특히 '부러진 화살'은 관객 수에선 중박 영화라 할 수 있지만 수익면에선 1,000만 영화 부럽지 않은 성과를 냈다. 15억원 가량의 총제작비(순제작비에 마케팅비 등을 포함한 제작비)로 246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려 제작사와 배급사에 123억원 가량의 수익을 안겨주게 됐다.
중박 영화 바람은 지난해 가을부터 불기 시작했다. '의뢰인'이 239만3,086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으며 선전했고, '오싹한 연애'(300만7,177명)가 로맨틱코미디로는 드물게 300만 고지를 점령하면서 충무로에 흥행 온기를 전했다.
중박 영화의 잇따른 성공은 충무로 바닥이 윗목까지는 아니어도 아랫목 이상은 따스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고지전'과 '퀵', '7광구', '마이 웨이' 등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연달아 흥행 쓴잔을 들이켠 상황이라 중박 영화의 릴레이 등장은 매우 고무적이다. 충무로는 중박 영화의 연이은 히트가 최근 2~3년 사이 심화된 제작비와 흥행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해소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충무로의 한 관계자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볼 때 1,000만 영화 한 편보다 300만 영화 3편이 순기능을 더 발휘한다. 중박 영화들의 흥행으로 영화산업의 체질 개선과 투자 확대를 기대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