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를 당해 몇 달가량 경찰서를 들락거린 적이 있다. 누군가 뒤에서 나를 밀쳤고 그 틈에 놓친 내 가방을 들고 달아났다…가 진술의 다였으면 다행이련만, 곧바로 또 다른 누군가가 내게 접근했고 용케도 용감한 시민에게 뒷덜미를 잡히는 통에 형사 앞에 가 앉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범인이랍시고 잡았는데 맨손, 아무리 전과가 있다 한들 증거 하나 없이 무작정 사람을 가둬둘 수는 없는 터, 다음날부터 나는 담당 형사와 범인을 잡기 위한 동행에 나섰다. 도로에 넘어지는 그 단순한 재현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내 카드로 돈을 뽑으려던 범인들의 얼굴을 은행 CCTV로 몇 차례나 돌려보던 나, 경찰서 정문에 딱 붙어 형사가 쯧쯧 혀를 차게 했던 애초의 내 수줍음은 어디로 갔담.
놀러오는 것도 아닌데 어느새 특유의 오지랖으로 간식거리를 사든 채 경찰서를 들락거리게 된 내가 있었다. 조서를 꾸미는 형사 옆에서 성과 이름은 띄어 쓰는 게 아니라며 비문을 고쳐줘 가며 내 차례를 기다릴 때, 칠판 위에 그려졌다 지워지던 의문사의 케이스를 얼마나 목도했던가.
매일매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별별 사건을 겪고,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이런저런 죽음에 이른다. 경험하지 않고 안다고 말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입이 없다는 교훈을 가방 값 대신 톡톡히 치른 지금, 강정마을에 대한 얘기도 일단 다녀와서 몇 자 적으련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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