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학생식당의 밥값을 외부인에게만 올려 받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물가상승과 경제난으로 값이 싼 대학식당을 이용하는 졸업생이나 일반인이 늘어나자 취한 조치다.
19일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에 따르면, 20일부터 이 학교의 학생식당 7곳에서 1,700~3,000원인 밥값을 외부인들에게만 800~1,000원씩 올려 받기로 했다.
생협 관계자는 “2006년부터 6년간 동일한 가격을 유지했지만 물가상승 부담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다만 대학 등록금을 인하하는 추세에서 재학생들을 상대로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워 외부인들에게만 적정가격을 받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협 측은 재학생 1인당 살 수 있는 식권 숫자까지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 같은 조치는 곧바로 외부인 차별 논쟁으로 번졌다. 특히 사립대도 아닌 국립대가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앙도서관 복도에는 “국가로부터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는 서울대가 밥값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과 그릇된 특권의식”이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고 이에 동조하는 글의 쪽지가 연달아 붙었다. 지방 국립대 졸업 후 서울대 도서관을 이용하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이모(29)씨는 “사립대에서도 외부인에게만 비싼 식대를 적용하지는 않는다”며 “서울대가 법인화 이후 밥장사까지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반면, 생협의 조치를 지지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재학생 성모(23)양은 “기숙사 식당만 해도 점심 때만 되면 택시기사들이 몰리면서 학생들이 불편을 겪는다”며 “학교 식당은 우선 학교 구성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윤규근 생협 학생위원장은 “서울대 생협은 학교 구성원의 복지 증진을 위해 설립돼 서울대와는 별도의 법인”이라며 “매년 식당에서 나는 12억원의 적자를 기념품 등을 팔아 메우는 상황에서는 외부인에 대한 혜택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외부인의 구내식당 이용에 제한을 두는 기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 대치동 강남경찰서 구내식당의 경우 인근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외부인에게는 1,000원 더 비싼 4,000원을 적용하고 있다. 밥값이 싸고 좋기로 이름난 한국외국어대학교도 지난해부터 구내식당에 ‘외부인 이용 불가’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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