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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 지키기' 칼 빼든 방글라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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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 지키기' 칼 빼든 방글라데시

입력
2012.02.1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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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법원이 모국어인 벵골어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TV나 라디오 방송이 벵골어와 영어를 무분별하게 혼용해 쓰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고등법원은 “우리 모국어의 존엄성을 지키고 모국어가 능욕당하는 것을 금지하겠다”며 방송을 상대로 이 같은 명령을 내렸다. 알타프 호세인 법무차관은 “방송에서 (영어를 이용해) 문장을 왜곡하거나 단어를 정해진 대로 발음하지 않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며 법원의 명령을 설명했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방송의 언어 사용 행태를 문제 삼은 것은 그만큼 방글라데시 젊은이들 사이에 영어 오남용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방글리시(Banglish)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어와 벵골어 혼용 표현이 일반화해,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현지 방송에서 이 방글리시를 쓰는 현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방글리시는 한국의 콩글리시나 인도의 힝글리시처럼 정작 영어 사용국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 방글라데시 특유의 영어 표현법을 말한다.

AFP통신은 “방글라데시 언어수호운동 60주년을 며칠 앞두고 내려진 결정”이라며 법원의 명령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1952년 2월 21일 방글라데시(당시 동파키스탄)인들은 파키스탄 정부를 상대로 벵골어를 모국어로 채택해 달라며 시위를 했으며 그 과정에서 6명이 숨졌다. 방글라데시가 71년 분리독립한 이유 중 하나도 당시 파키스탄이 벵골어 대신 우르두어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벵골어 학자와 전문가들은 법원의 결정을 환영했지만, 이런 일회성 조치만으로 방글리시가 사라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법원 결정이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반동적 움직임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 22세 대학생은 “(벵골 문학을 부흥시킨) 타고르의 고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단지 사회적 변화를 받아들이기 싫어서 방글리시를 미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를 섞어 쓰는 것이 사회적 신분 표현과 맞물려 있어 방글리시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라디오 진행자 사비르 하산은 “상류층 사람들은 영어가 신분을 드러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글리시를 더 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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