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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람/ 결혼기념일날 자살한 드라마 PD…사망소식 23일간 숨긴 유명 작가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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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람/ 결혼기념일날 자살한 드라마 PD…사망소식 23일간 숨긴 유명 작가 아내

입력
2012.02.1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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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집 안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고 부인이 처음 발견했다. 외부에는 숨길지 몰라도 정상적이라면 가족에게 사망 원인을 알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 벌어졌다. 수많은 화제 드라마 각본을 쓴 임성한(51) 작가가 그랬다.

임 작가의 남편 손문권(39) PD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것은 숨진 지 23일 만인 이달 13일. 장례식까지 치러졌지만 그 동안 방송계는 물론 손 PD 지인들조차 사망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자살 사건을 처리한 경찰조차도 유명 드라마 PD가 자살했고, 부인이 임 작가라는 것을 몰랐다.

16일 경기 일산경찰서에 따르면 손 PD는 지난달 21일 고양시 일산 동구 단독주택 내부 계단에 목을 맸다. 같은 날 오후 9시 50분쯤 집에 돌아와 손 PD를 발견한 임 작가는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 이날은 손 PD와 임 작가의 5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경찰은 외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4대와 집 안의 CCTV 3대의 영상을 분석해 손 PD가 스스로 목을 맨 것을 확인했다. 이 곳 고급 단독주택단지에서는 절도 방지를 위해 내부에도 CCTV를 다는 집이 심심치 않게 있다고 한다. 경찰은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방 책상 위에서 발견됐고, 손 PD 아버지와 임 작가가 자살이란 것을 확인해 사건을 종결했다.

비상식적인 대처는 이때부터다. 임 작가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은 촬영을 하는 프리랜서"라고 진술했고, 본인은 가정주부라고 했다. 자살 사실을 알게 된 시아버지와는 입을 맞춰 손 PD 형제들에게 사인을 심장마비로 알렸다. 경찰 관계자는 "최소한 가족들에게는 사인을 알려줬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조사 때는 본명을 써 임 작가인 줄도 몰랐다. 기사가 뜬 뒤에야 알게 돼 우리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달 14일 손 PD의 여동생(37)은 남편과 함께 일산경찰서로 달려갔다. 자살이란 보도를 접하고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CCTV 화면을 본 여동생은 "여러 가족들에게 사인을 거짓으로 알린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2005년 드라마 '하늘이시여'의 극본과 조연출로 인연을 맺은 임 작가와 손 PD는 2007년 1월 결혼했다. 이후 둘은 드라마 극본과 연출 콤비로 함께 작업하며 지난해 '신기생뎐' 등을 히트시켰다.

임 작가는 평소에도 공식석상에 나서는 법이 없고, 대본을 이메일로 전달할 정도로 두문불출하는 스타일. 임 작가 입장에서는 손 PD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인한 충격, 세간에서 쏟아질 의혹과 추측 등을 두려워했을 수 있다. 임 작가는 초혼이고 손 PD는 재혼인데다 12세의 나이차이를 극복하며 화제를 모았던 부부인 터라 더욱 그렇다.

임 작가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종적이 묘연하다. 손 PD의 사인이 자살이란 사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인기와 '막장'이라는 수식이 함께 붙어가는 그의 드라마만큼이나 충격적 사건에 대한 그의 행적도 정상범위를 벗어나 있어 호사가들이 많은 인터넷에서는 여러 뒷말과 추측이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고양=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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