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검사 시절 언론에 '수사 잘 받는 법'이라는 연재물을 개제했다가 옷을 벗은 특이한 인물이다. 오래 전 일이지만 멀쩡히 잘 나가던 검사가 검찰을 심히 곤란하게 하는 글을 연재했으니 버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당시 "검찰이 나를 쫓아내지는 않더라도 시골로 돌리면서 서서히 말려 죽이려고 할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결국 그는 검찰을 떠났고 지금은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언론에 칼럼을 쓰고, TV토론 등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꿈이 소설가라고 했다. 그는 출신 성분으로만 보면 '강남 엄친아' 스타일이지만 상당히 진보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여전히 그는 검찰과 법원 등 법조계의 문제점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를 만나 법조계의 현안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취미가 천체관측이다.
"할말이 없어서 그렇게 얘기를 했다. 검사 중에 공대출신 후배가 있었다. 그 친구가 별을 보러 자주 다녔다. 횡성에 있는 사설천문대에 가끔씩 갔다. 천문대장이라는 분에게 '내가 천체관측이 취미'라고 했더니 웃으셨다. 어쨌거나 처음에 보면 책이나 TV에 나오는 것처럼 멋있지는 않고 성냥 대가리처럼 보인다. 토성의 테가 하얗게 보인다. 그걸 좋아하는 사람은 몇 시간이고 보고 있어도 지겨워하지 않는다. 난 좋아한다. 정말 달은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목성 토성은 절대 발을 디딜 수 없는 세계 같이 느껴진다."
-관련 공부도 좀 하나.
"처음에는 책도 좀 보고 했는데 관심이 많은 건 아니다. 검사 시절에 일반인 대상 물리학 책을 보다가 재미가 붙어서 천체물리학 책도 좀 봤다. 하지만 입문수준이다. 어디 가서 떠들 정도는 아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어떻게 봐야 하나.
"에 영화평을 평범하게 썼다. 논객 진중권씨와 네티즌이 싸우길래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고 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 재판이 잘못됐다고 재단을 하는 것도 잘못됐지만 법원에서 영화가 왜곡됐다고 얘기하는 것도 훌륭한 대응은 아니다. 거의 대부분 사람이 공감하는 것은 특정사건의 재판이 잘됐다 못됐다가 아니다. 우리 법원이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법에 정해진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판사들이 청렴하고 공정하고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국민들을 좀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법원이 판결을 하면 자기네들이 성실하고 공정하게 했으니 승복을 해주기를 바란다. 심지어 은연중에 피고인은 엉뚱한 주장을 해도 변호인은 피고인을 설득해서 법원의 판결이 옳다는 것을 알려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자기 권리를 행사하고 싶어한다. 법원이 최근 역사에서 잘못한 점도 많고,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 '실제 사건을 왜곡했나 말았나, 왜곡해서 법원의 신뢰를 떨어뜨렸나'를 따지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본다."
-영화가 구축하는 세계는 실제와 많이 다르다는 얘기인가.
"우리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오랜 시간 억압되어 있었고 권위주의에 물들어있었다. 자유로운 상상력이 억압되어 있다는 것이다. 외국 영화도 실제 사건과 거의 유사하지만 사실과는 다르다. 케네디 대통령이 바람 핀 사건도 영화에서는 사실과 다르게 뒤튼다. 공산주의자로 몰려서 부부가 모두 처형당한 로젠버그 사건의 영화가 대표적이다. 아들 딸이 부모의 억울한 점을 찾아서 밝혀주려는 얘기인데 실제와는 조금씩 다르다. 논란이 많은 사건이었다. 로젠버그가 공산당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주장이 다르다. 비틀어 놓은 사건에서 뭘 얻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걸 작가가 얘기하는 건데, 시사프로가 아니라 극영화다. 법원에서 실제 재판기록을 들이대면 극영화를 무의식 중에 사실일 수 있는 하나의 후보로 올리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법원이 맞나 영화가 맞나'를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는 안된다. 법원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어떻게 느끼냐가 중요하다."
-검찰도 문제가 있다.
"검찰에 국한해서 얘기하면 너무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 검사들 만나서 얘기를 해보면 우리나라가 법률적으로도 세계에서 유례없이 막강하다. 실제로 사회갈등이 공론의 장에서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고소ㆍ紫像?통해서 공론화 한 다음에 검찰이 이를 가려주는 방식이다. 광우병, 미네르바 문제 등의 진행과정을 볼 때 대단히 잘못되었고 후진적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왜 MBC PD와 작가가 검찰에 나와서 당당하게 얘기를 하지 않느냐'고 지적을 했다. 하지만 어떻게 언론보도가 맞는지 틀리는지를 검찰 앞에 가서 검증을 하려고 하나. 검찰도 내부적으로 자제를 했어야 했다. 오히려 그런 것을 계기로 검찰의 힘을 키워온 측면이 있다. 내부적으로 자제가 안되면 외부적으로 권한을 축소시켜야 한다."
-자체적 검찰 권한 축소 방안이 가능하나.
"법적 제도적으로 고쳐야 할 일이다. 여기에 수사권 조정 논의도 발생한다. 경찰 주장은 검찰의 권한이 너무 크기 때문에 수사 지휘권을 없애고 경찰도 수사하게 해서 견제를 하자는 것이다. 취지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방법론적으로 좀 틀리지 않나 생각한다. 검찰의 권한은 검찰의 권한대로 두고 경찰도 독자적으로 수사하게 하면 이건 오히려 권력기관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개인 의견이지만 검찰의 독자 수사권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수부도 폐지하고 직접 나서서 단속하는 것도 없애야 한다. 머리만 두는 방식이다. 반면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는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검찰 입장에서는 정권에 충성하고 싶은 정치검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해진다. 경찰이 하게 되면 검찰 공적이 아니니까 당연히 경찰을 견제를 하게 된다. 형사 사법적인 권한은 전체적으로 축소시켜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공기업부터 시작해서 인적 교체를 하려고 하는데, 이게 검찰을 동원하는 방식이다.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당연히 정치적인 것이다. 공금 10만원, 20만원을 여비서에게 줘서 과자 사먹은 것도 횡령으로 기소하는 방식은 좀 문제가 있다."
-법원도 마찬가지인가.
"어떤 조직이나 자기 조직을 보호하려 한다. 자기 조직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조직에서 견디기가 힘들다. 사실 판사나 검사를 선거로 뽑지 않고 임명을 통해 신분을 보장하는 것은 그 만큼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라는 것이다. 판사가 어디 가서 밥 얻어 먹지 않고 돈 받지 않고 성실하게 살았다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과연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법원과 검찰이 국민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해줬나를 봐야 한다. 결코 그렇지 않았다. 끊임없이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해야 한다. 세상이 어떻건 나만 공정하면 된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최근 SNS 사용해 문제가 된 판사들이 있다.
"논의 자체가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 보니 왜곡되고 있다. 법조인은 얌전하고 모범생이기 때문에 튀는 얘기를 하면 본능적으로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을 수 있다. 판사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하는 것이 적정한가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 판사는 우리법학연구회 소속이다'라는 식으로 틀게 되면 잘못되는 것이다. 법원이 여론의 영향을 받으면 안되는데 힘있는 매체의 영향을 받아서 겁을 낸다. 단순히 판사가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정치적인 견해를 표명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법원이 대단히 폐쇄적이다.
"판결문도 공개를 안 한다. 기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서 물어보면 판결문을 구해달라고 기자에게 얘기를 해야 한다. 전혀 접근이 안되고, 판사들도 외부와 유리된 상태에서 살아간다. 얘기를 듣고 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소송 당사자외에 관계인, 관계회사 등의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차원이다. 판결문에 나오는 이름을 가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가리는 것이 대단히 어렵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못한다는 입장이다. 법정에서는 다 들을 수 있는데 이것을 가리는 것도 모순이다. 정말 필요할 경우만 공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검찰이 낸 의견서와 자료 등에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시절 '수사 잘 받는 법'이란 언론 연재물로 결국 옷을 벗었다. 의도된 것 인가.
"옷 벗을 생각은 없었다. 그 이전부터 그런 종류의 내용으로 책을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버님은 판사를 하다 변호사를 하셨다. 검찰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그래서 검사를 할 때 5년 정도는 조직에 들어가서 겸손한 자세로 배우자고 생각했다.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살았다. 이후 유학을 갔다 와서 대검찰청에서 근무를 하면서 전체 돌아가는 것을 좀 보게 됐다. 물론 최고 말석이었다. 검사 10년 차가 되면서 나름대로 이것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기자들과 밥을 먹으면서 이런 것을 쓰면 어떻겠나라고 논의를 하다가 쓰게 됐다. 모두 내가 기획을 한 것이다. 검찰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당시 여러 파장과 시나리오를 생각했다. 당시에는 검찰이 그냥 쓰도록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못쓰게 하면 나를 영웅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쓰게 한 뒤 서서히 말려 죽일 것으로 생각했다. 굳이 징계를 하지 않더라도 시골만 돌게 한다거나 하는 인사 불이익이다.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시골 돌아다닐 생각을 했다. '정치하려고 한다'는 등 말이 많았지만 나는 진심으로 각오를 했다. 10회 정도를 기획했으나 결국 다 못나갔다. 당할 때까지 당하다가 나갈 생각이었고 6개월간 검찰에 있다가 그 다음해에 퇴직했다."
-정권 말기라 그런지 검찰이 바빠졌다.
"정권 초기에는 정보가 없지만 말기가 되면 불만세력도 나오고 정보도 많이 흘러나온다. 그래서 검찰도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정의라고 느끼지도 않는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래 오히려 총장의 힘이 약해졌다. 언제 그만둘지 몰라야 힘이 강력하다. 하지만 임기가 정해져 있으니 불만세력은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총선 출마 제안을 받은 적이 있나.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다. 그리고 출마할 생각은 전혀 없다. 정치에는 누구나 관심은 있다. 분배문제, 양극화문제 청년실업 등을 정치적으로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훌륭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나까지 나설 것은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정치를 하려면 자기가 어떤 세상을 만들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할 것 같다. 이번 정부가 성공을 못 거두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이 분이 어떤 시대적인 과제,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구상이 없었던 것이 가장 문제였다. 설계를 먼저 한 다음에 나와야 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다 그렇다."
-외모와 프로필을 보면 '강남 엄친아' 스타일인데 진보적 발언을 많이 한다.
"법률가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꾸준히 잘해오고 있다. 나도 회원이지만 조금씩이라도 참여 한다. 법이라는 것이 중립적인 측면이 있다. 좌파 우파를 떠나서 원칙을 지켜주고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라 정치적인 편향이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 반목이 너무 심하고 가진 자들이 의무감이라고는 없고 사회적 책임감도 전혀 없다. 해고된 노동자, 사회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을 보자. 단순히 개인적인 게으름이나 어쩔 수 없는 희생자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숫자가 많다. 이 사람들에게는 죽고 사는 문제다. 자살률로 미뤄보면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시달리고 있는데 가진 자들의 반성이 좀 필요하다. 없는 자뿐 아니라 중산층도 불안하고, 사회 안전망이 없기 때문에 재벌 아닌 다음에는 한번 나락으로 떨어지면 거리에 나앉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살고 있다. 우리 사회가 성장으로 가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싶고 분배 쪽을 좀 봐야 한다고 본다. 보수도 매력이 많은 생각의 체계인데 좀 안타깝다. 투표율이 떨어지는 것은 정당이 국민들의 갈등을 반영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실정치에 희망을 못 갖는다. 정치권이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촛불시위 같은 것이 나온다. 정당이 이름만 바꿀 것이 아니라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
-글을 잘 쓴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좋아하는데 균형 있게 읽지 못하고 소설을 많이 읽었다. 소설가가 꿈이다. 검찰에 있을 때는 '검사들 중에서는 책을 제일 많이 읽는다'는 터무니 없는 자만도 했는데 강호에 나와보니 엄청난 고수가 많아 명함도 못 내밀 정도더라."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는.
"자기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한다. 폐쇄된 사회가 개방된 사회를 이긴 적이 없다. 생각이 다르다고 공격하고 법으로 금지해서는 안된다.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
▦금태섭 변호사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 여의도고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거쳐 코넬대 대학원 법학 석사를 마쳤다.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마지막으로 법무법인 지평지성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확신의 함정> , <디케의 눈> 등이 있다. 디케의> 확신의>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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