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하나금융그룹으로부터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 받았다. 열흘 넘게 평행선을 달리던 쌍방의 막판 협상 타결 덕이다. 그러나 세부내용을 따져보면 진정으로 '하나'가 되기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남아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핵심 쟁점사항을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골자는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의 자회사 편입 이후 외환은행 명칭을 쓰는 독립법인으로 존속하고, 편입 5년 뒤 대등합병 원칙에 의해 합병을 협의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외환은행의 독립법인 조건으로 ▦노사관계 인사 재무 조직 등 경영 전반에 대한 독립경영 보장 ▦인위적 인원감축 금지 및 임금체계 유지 ▦외환은행 출신이 집행임원 절반 이상 차지 ▦현재 영업점포 수 이상의 점포망 운영 등에 합의했다.
양측은 전날 오전부터 마라톤협상을 벌여 쟁의조정 마감인 이날 새벽 합의에 성공했다. 6일 대화를 시작한 이래 노조는 '영구적인' 외환은행 브랜드 유지를, 하나금융은 1~3년 유지를 각각 주장했으나 결국 서로 한발씩 물러나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하나금융은 자회사 편입과 관련된 외환은행 직원의 사법처리 취하에도 합의했다.
하지만 이날의 '물리적' 합의가 '화학적' 결합으로 이뤄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간 갈등의 골이 워낙 깊었던 데다, 서면 합의내용에 대해 동상이몽을 할 가능성도 높다. 5년이란 시간은 신한금융의 조흥은행 합병 유예기간(3년)보다 길지만, 독립경영은 결국 합병을 전제로 한 터라 합병 협의가 시작될 때까지 얼마나 두 은행간 조화가 이뤄질지 관심을 모은다. 불안한 5년간의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은 언제든 파열음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인위적 인원감축은 하지 않겠다'는 합의조항이 그렇다. 신한금융도 인력감축을 하지 않겠다고 조흥은행 노조와 약속했으나 최종 합병 직전 구조조정을 단행해 파업 사태를 불렀다. 은행권에서는 희망퇴직제 등을 활용해 상시적으로 인력을 솎아내는 걸 감안하면 '인위적인 인원감축'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날 합의 직후 "반경 100m 이내 (하나와 외환의) 중복점포는 48개로 당분간 유지하지만 선의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점포는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보다 많은 점포망 운영'이란 합의사항과 다소 거리가 있는 언급이다.
역으로 하나은행 직원들의 반발이 표출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급여가 높은 외환은행의 임금체계가 유지되는 게 시간이 갈수록 불만요인이 될 수 있다. 은행간 교차발령은 없지만 하나지주와 외환은행간 인사교류는 가능해 상이한 두 은행의 임금체계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관건이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의) 성과급 체계를 손보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첨예한 대립으로 생긴 앙금도 털어내야 한다. 둘은 법정싸움을 벌이는 등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공식 발표한 2010년 11월부터 15개월간 대립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이날 합의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걸 두고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밖에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의 잇따른 소송 진행도 부담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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