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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보부, 찰리 채플린 조사 파일 공개/ "채플린 출생은 미스터리, 그러나 공산주의자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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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보부, 찰리 채플린 조사 파일 공개/ "채플린 출생은 미스터리, 그러나 공산주의자는 아니다"

입력
2012.02.1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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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영화배우 겸 감독으로 큰 인기를 누리던 찰리 채플린(1889~1977)은 1952년 영화 시사회를 열기 위해 런던으로 향하던 도중 배 위에서 미 정부로부터 갑작스러운 추방 통보를 받았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채플린은 급진적 공산주의자로 미국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추방하기로 했던 것이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채플린은 미국에서 쫓겨나 스위스에서 억울한 말년을 보냈다.

영국 국립기록원(National Archives)이 국내정보부(MI5)가 FBI의 요청으로 채플린을 뒷조사한 기록을 공개했다고 16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자료에 따르면 MI5는 1950년대 초 채플린이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그의 인적 사항과 정치적 성향 등을 파악해 달라는 FBI의 요청을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에드거 후버 당시 FBI 국장은 "채플린은 할리우드의 볼셰비키파 대변인"이라며 부하들을 동원해 채플린의 모든 것을 캐내기 시작했다. FBI가 작성한 채플린 파일은 2,000페이지에 달했다. FBI가 채플린을 조사한 것은 미국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그의 영화 '모던 타임스'(1936), '위대한 독재자'(1940) 등이 미국 정부를 거슬리게 했기 때문이라고 영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소설가 조지 오웰(1903~1950)이 1949년 작성한 비밀 공산주의자 명단도 채플린이 공산주의자였다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영국 정부의 요청으로 당시 지식인 사회의 공산주의자 동향을 파악해 정부에 넘겨주었던 오웰이 채플린을 블랙리스트에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자료에서 MI5는 FBI가 당시 제기했던 채플린의 공산주의 단체 자금 지원설, 공산당 가입설, 신분 위장설 등이 모두 근거 없는 허위정보였다고 결론지었다. MI5 측은 "채플린을 안보 위험 인물로 간주할만한 어떤 자료도 찾을 수 없었다"며 "채플린은 냉전시대 미국에서 일어났던 반공산주의 운동인 매카시즘의 희생자였다"고 밝혔다.

MI5의 자료에는 채플린이 한때 소련의 스파이로 활동했던 영화비평가 이보르 몬태규와 만나기로 하고도 만나지 못해 안타까워한 사실 등이 담긴 전보나 "독재자들을 비꼬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가, 비루했던 그를 엄청난 부자로 만들었다"는 등 채플린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기사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베일에 가린 채플린의 출생 기록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채플린의 출생기록은 지난해 영국 버밍엄 인근 집시 거주 지역의 이동식 마차 안에서 채플린이 태어났다는 내용의 가족 편지가 발견돼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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