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주미대사가 16일 갑작스럽게 교체되는 바람에 주미대사 공백이 생기고 미국에도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후임자가 내정돼도 상대국의 동의를 받기까지 한달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의 경제단체장 인사를 이유로 허겁지겁 사표를 받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3월26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와 이란 원유수입 예외 인정 등 외교 현안이 닥쳐있는 상황에서 주미대사 공백 사태를 초래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한 전 대사는 미국 정치권에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서 이를 바탕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또 주미 한국대사관의 경우 최근 정무, 경제라인이 대거 바뀐데다 수장인 대사까지 전격 교체되자 직원들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관례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경우 대사를 교체하기에 앞서 상대국에 미리 통보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한 전 대사를 교체하면서 양국의 사전교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는 한 전 대사의 사임 소식이 발표되기 직전에야 한국 정부로부터 통보 받고 당혹스러워 하면서 인사 배경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대사 자신도 교체를 예상하지 못했다. 2009년 2월부터 근무해 대사의 통상 임기인 3년을 채웠지만 사전 언질은 없었다. 한 대사는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12일 귀국했다가 15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교체를 통보 받았다. 한 대사가 미국 측 인사들과 인사하기 위해 16일 저녁 미국으로 황급히 돌아간 것도 그 때문이다.
한편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회장단회의를 열고 퇴임하는 사공일 회장 후임으로 한 대사를 추대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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