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의 중심가에 자리한 한 편의점. 이곳의 최대 매출은 스포츠토토다. 지난 2001년, 경기 결과를 맞히는 체육진흥투표권이 도입된 이후 대부분의 편의점에서 스포츠토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편의점 사장은 갈수록 스포츠토토 구매자가 줄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문제는 불법 베팅 사이트. 사람들이 합법적인 장소가 아닌 음지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 온라인 베팅 사이트는 1,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한 불법 베팅 사이트의 시장 규모는 무려 12조7,400억원. 스포츠토토와 같은 합법적인 시장 규모(약 1조8000억원)에 비해 7배가 넘는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불법 사이트로 몰리는 것일까. 도박 중독자들의 공통점은 언젠가 딸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이다. 운만 좋으면 그 동안 잃은 돈을 한 방에 만회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이 점을 불법 베팅 사이트가 교묘히 파고 들고 있다. 1년 365일, 24시간 동안 끊임없이 베팅 할 수 있어 회원수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경기가 모두 끝나는 새벽엔 해외 경기를 대상으로, 오전 7시껜 미국아이스하키리그 등이 베팅 종목이 된다.
불법 베팅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P(29) 씨는 "돈을 다 잃은 뒤 곧바로 입금 해 다른 종목에 베팅하는 회원들이 꽤 많다. 눈에 보이는 게 있겠냐"며 "한 경기 베팅액을 최대 3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다른 종목에도 거금을 베팅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질적으로 제한액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입금시 3%의 웃돈을 주고, 환급이 빠른 것도 사람들을 유혹한다. 스포츠토토는 경기 종료 다음날이 돼서야 환급금을 입금해 준다. 대상 경기 중 하나인 프로토 게임(최소 2경기에서 최대 10경기의 결과를 맞히는 게임)은 4~5일이 지나야 돈이 들어온다. 반면 불법 베팅 사이트는 신속성이 생명이다. 결과 종료와 거의 동시에 돈이 들어오고 새벽에도 실시간 입금, 환급이 가능하다.
이 밖에 회원 가입에 제한을 둔 것도 사람들을 안심하게 만든다. 과거 불법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날 땐 누구나 손쉽게 가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속칭 'A급' 불법 사이트는 추천인의 이름을 입력해야만 회원이 될 수 있다. 경찰의 감시를 피하면서 나름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든 셈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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