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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보톡스가 대박 날 줄이야" 수조원 날려버린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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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보톡스가 대박 날 줄이야" 수조원 날려버린 개발자

입력
2012.02.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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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선택이 인생 전체를 좌우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의 안과 의사 앨런 스코트에게는 1991년 한 제약사를 상대로 계약서를 쓴 때가 바로 그런 순간이다. 이날 결정 때문에 스코트 자신은 물론, 그의 자손들까지 대대손손 돈방석에 앉을 기회를 잃어 버렸다.

스코트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그가 당시 다국적 제약사 앨러간에 사용권을 넘긴 신물질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일반명사로 쓰일 정도로 유명하다. 스코트는 바로 각종 성형외과 시술의 감초 격인 물질 보톡스의 개발자다. 현재 보톡스는 미용성형뿐 아니라 다한증이나 편두통 등의 치료에 사용될 만큼 그 용도가 광범위하다.

최근 학회 참석차 인도를 찾은 스코트는 13일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와 인터뷰를 갖고 보톡스 사용 권리를 앨러간에 팔게 된 사정을 소개했다. 보톡스를 팔고 450만달러를 받았던 그의 인터뷰에서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 돈은 당시로선 만족할 만한 금액이었지만 만약 그가 특허권을 계속 가지고 있었더라면 최소한 수억달러의 수입을 거둘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보톡스가 이렇게 성공할 줄 알았더라면 권리를 절대 팔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 순간을 후회했다.

스코트가 안과 의사인 점에서 보듯 애초에 그가 주름살을 없앨 목적으로 보톡스를 개발한 것은 아니다. 상한 통조림에서 생기는 박테리아가 만든 독소 즉 보툴리눔 톡신을 정제한 보톡스는 근육을 이완시키기 때문에 처음에는 안면근육 장애 치료에 쓰였다. 그때는 이름도 보톡스가 아니라 오쿨리눔(Oculinum)이었다. 스코트는 "보톡스를 개발했을 때 신경증상에 효험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성형치료에 이렇게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스코트가 앨러간에 보톡스 사용권을 넘긴 직후 캐나다에서 괄목할 만한 치료법이 등장하며 보톡스의 재발견이 본격 시작됐다. 92년 안과의사 진 캐러더스가 안면근육을 치료하려 보톡스를 주입한 환자들에게서 눈가 주름이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앨러간은 2002년 주름 치료제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고 2004년에는 겨드랑이 다한증 치료제 승인을 받았다. 이후 보톡스 사용은 전세계로 확대돼 현재는 80여개국에서 앨러간의 상품인 보톡스를 사용하고 있다.

일확천금을 날린 보톡스 개발자 스코트는 정작 보톡스 주사를 맞을 수 없는 형편이다. 보톡스를 연구하던 시절 스코트는 박테리아 감염을 피하기 위해 예방접종을 했는데 그 때 항체가 생기는 바람에 보톡스가 자신의 몸에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인터뷰에서 털어 놓았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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