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란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면역지대(zone of immunity)'라는 새로운 용어를 보게 된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종종 설명하는 이 개념은 이란이 충분한 핵능력을 갖게 되면 이스라엘은 이란 핵 프로그램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세계대전과 이라크 전쟁은 선제공격이 불러온 재앙
사실 이는 전략적으로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많은 국가가 자신들이 행동해야 할 최후의 국면에 직면해 있다고 믿었고 그런 생각은 대부분 재앙으로 귀결됐다. 가장 극명한 사례가 제 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독일의 결정이다. 독일 참모들은 최대 적국인 러시아가 독일의 우월한 군사력을 곧 무력화할 규모로 재무장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 결과 1914년 6월 발칸반도에서 혼란(사라예보 사건)이 발생하자 독일은 자신이 우위에 있을 때 행동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러시아가 면역지대에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독일은 프랑스(러시아의 주요 동맹국)와 벨기에를 침공했고 이는 영국의 참전을 불러왔다. 이렇게 해서 생긴 유럽의 2개 전선은 4년간 이어졌고 3,700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이와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 중요한 결정을 (안보의) 취약함 같은 편협하고 기술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것은 대단히 근시안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2003년 3월 미국 워싱턴 정가의 대부분은 최후의 국면에 직면했기 때문에 핵 사찰단이 이라크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침공과 점령이라는 대단히 잘못되고 성급한 결정을 했고 이는 이라크에서 9년이라는 길고 뜨거운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란이 이스라엘에 실제적인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미국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도 매우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입장을) 잘 이해한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이 핵 능력에 접근했을 때 미국은 이후 오랜 기간 공황 상태에 빠졌다. 우리는 소련을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에 모두 반대하는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정권이라고 보았다. 결국 요시프 스탈린은 나치 독일과의 싸움에서 무려 2,600만명이나 되는 소련인을 희생시켰다.
이스라엘이 공공연히 이란에 대한 선제 공격을 거론하는 것처럼 많은 서방국들도 1940년대 말 모스크바에 대한 군사적 타격을 촉구했다. 이런 목소리는 매파뿐 아니라 최고의 지성인 버트란트 러셀 같은 평화주의자한테서도 나왔다. 당시의 분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대 가장 냉철한 영국 외교관이었던 해럴드 니콜슨의 1948년 11월 29일자 일기의 첫머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최후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러시아가 충분한 폭탄을 확보하면 서유럽을 파괴하고 아시아를 점령하고 미국과 마지막 죽음의 투쟁을 할 것이라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위험이 그냥 지나가고 평화를 평화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실토하건대 그건 거의 일어날 수 없는 가능성이다. 9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재앙 피하는 차선책 찾아야
그러나 결국 모스크바의 지구적 혁명론자나 평양의 미친 독재자들, 테러를 지원하는 파키스탄의 군부 등은 상호 파괴의 공포 때문에 억지되어 왔다. 이란 정권이 미쳤다고 하지만, 이 말이 어울리게 할 정도의 행동을 한 적은 별로 없다. 오히려 중국의 마오쩌둥 정권이 더 그랬다. 지난 10년 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레바논, 팔레스타인, 파키스탄 출신이 저지른 자살폭탄 테러는 수천건에 달했지만 이란인에 의한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란이 수년 내 조잡한 (핵) 기기를 갖는다고 해서 이란 정권이 먼저 공격할 것 같은가.
포린어페어스 편집자인 기든 로즈는 "미국과 영국이 60여년 전 직면했던 그런 선택에 이스라엘이 맞닥뜨릴 것"이라며 "핵 시대에 절대적인 안보를 성취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 적국의 핵 프로그램을 지연시키거나 불능화할 수 없다면 억지 전략이 선제공격보다 덜 재앙적이라는 것을 이스라엘이 깨닫기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정리=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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