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불프 독일 대통령이 17일 특혜 의혹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불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폭넓은 신뢰를 받는 대통령이 필요하지만 지난 몇 주간 상황은 신뢰가 더 이상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사임을 발표했다. 불프 대통령은 니더작센주 총리 시절인 2008년 주택 구입에 특혜성 저리 사채를 쓴 사실이 지난해 말 드러났으며 관련 보도를 막으려고 언론사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까지 알려져 입지가 흔들렸다. 전날 하노버검찰청이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수사 면제권 철회를 연방하원에 요청한 것도 사의 표명에 영향을 미쳤다.
불프 대통령은 이날 특혜의혹에 대해 "실수는 했지만 합법적으로 정직하게 행동했다"며 법적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군 아프가니스탄 파병 발언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에 이어 지난해 5월 선출된 불프 대통령은 이로써 5년 임기 중 1년도 못채우고 물러나게 됐다. 또 앙겔라 메르켈 총리 재임 기간에만 두번째로 낙마한 대통령이 됐다.
불프 대통령의 사임은 그를 대통령으로 지목한 메르켈 총리에게도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줄 전망이다.
불프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U) 부당수 출신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18일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와 하기로 한 회담도 취소했다. 연방대통령을 둔 내각책임제인 독일은 총리가 최고 행정책임자이며 대통령은 의례적인 지위에 머문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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