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신문을 읽다가 이해하지 못했던 '포퓰리즘'같은 어려운 용어를 하나씩 알아갔던 게 대학 생활의 큰 기쁨이었습니다."
17일 졸업식이 열린 울산대. 행사가 진행되던 중 석사모를 쓴 한 할머니에게 열렬한 환호와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졸업식 축하 차 단상에 선 정몽준 울산대 이사장은 "오늘 특별히 축하받아야 할 졸업생이 한 분 있다"며 "환갑이 지난 나이로 학업에 도전해 오늘 졸업하게 된 이정순씨에게 큰 축하의 박수를 보내달라"고 청중에게 부탁했다.
69세인 이씨는 2004년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단 9개월 만에 마치고 같은해 이 대학(야간)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학업이 중단된 이가 이룬 성과치고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만학의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2009년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곧장 경영대학원에 진학했고 당당하게 석사 학위를 거머쥐었다.
이씨는 "6ㆍ25 전쟁이 터진 1950년에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던 게 큰 응어리로 남았었다"며 "세월을 잘 만나 할머니가 되어서도 공부할 수 있게 돼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울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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