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장사' 백승일(36)이 이제서야 '성인'이 된다. 트로트 가수 홍주현(36)씨와 다음달 31일 결혼식을 올리는 백승일은 '소년장사' 이미지를 벗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이젠 완전 영감 되는 거지"라며 유쾌하게 받아 넘기는 그는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 만들어갈 '제2의 인생'에 들뜬 기대감을 드러냈다. 둘의 보금자리가 차려진 일산 대화동의 신혼집에서는 신나는 '뽕짝 하모니'가 울려 퍼졌다.
천하장사답게 연애도 '밀어붙이기'
백승일은 '제2의 이만기'에 가장 근접했던 씨름천재다. 17세3개월의 나이로 천하장사에 오르며 최연소 기록을 작성했던 그는 천하장사 4회, 백두장사 9회 타이틀을 차지하며 한 획을 그었다. 10대의 나이로 모래판을 정복했던 백승일의 패기는 아직까지 씨름팬들의 뇌리 속에 남아있다.
2004년 LG투자증권씨름단 해체 이후 모래판을 떠난 그는 트로트 가수로 변신했다. 그러나 가수 백승일의 모습은 초라했다. 그는 "지금껏 공식 무대에 오른 게 열 손가락 내로 꼽힌다.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정체된 상태라 답답하다"며 "2집을 냈을 때는 전국노래자랑 무대를 딱 한 번 섰는데 기획사 사장이 구속돼 활동을 못했다"며 쓰린 속을 쓸어 내렸다.
가수 활동은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지만 연애의 기술은 천하장사다웠다. 예비신부 홍주현씨는 "이 사람을 만나보니까 '천하장사가 될 수밖에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요했다. 연애할 때 전화를 하면 잠잘 시간도 주지 않았다"라고 활짝 웃었다. 저돌적인 대시가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는 홍씨는 "저의 노래와 성격을 다 알고 접근해서 호감이 갔다. 음악적인 부분도 통했다. '지금껏 기다린 게 다 이 사람을 만나려고 그랬구나'라는 운명에 이끌렸다"고 털어놓았다.
'70점' 가수? 나만의 색깔 뚜렷해
95년 강변가요제 출신인 홍씨는 음악계통에 잔뼈가 굵다. 대학에서 가야금 병창을 전공했던 그는 2007년 성인가요에 입문한 뒤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남편의 엄격한 '레슨선생'이기도 한 그는 가수 백승일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가수로서는 70점이다. 성인가요는 서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인데 특유의 뽕스러움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러자 벌써 6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가수 백승일이 발끈했다. "나만의 색깔이 있잖아." 홍씨는 서둘러 "물론 자기의 색깔은 있지만 기교가 더 필요해"라며 다독였다.
쌍둥이 같은 궁합 '딱 조아'
지난해 12월 둘은 혼인신고를 했다. 2011년 5월에 만나 5개월 만에 결혼을 약속한 것. 백승일은 TV에서 우연히 홍씨의 음악을 듣고 반했다. 홍씨의 노래 '사랑하는 님아'를 컬러링으로 하는 등 혼자 좋아하는 마음을 간직했다. 한라장사 출신의 이기수 선배가 둘의 인연을 이어줬다. 홍씨와 친했던 이기수가 후배가 관심을 보이자 둘의 만남을 주선한 것. 이후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사랑하는 님아'가 가교 역할을 했다며 홍씨의 2집에 수록된 '딱 조아'는 둘의 관계를 단면적으로 보여줬다. '딱 좋아 앗 좋아 (내 사랑) 꼭 찍어 꼭 찍어(주세요) 짱이야 얼렁뚱땅 내 마음을 가져간 당신이 좋아요'라는 가사처럼 둘은 서로를 콕 찍었다. 홍씨는 "승일씨를 만나고 13㎏이나 불었지만 데이트 중 먹는 재미가 가장 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하고 쌍둥이 같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다"고 행복해 했다.
모래판은 돌아가야 할 마음의 고향
오는 4, 5월께 백승일의 3집이 나올 예정이다. 홍씨의 앨범도 같은 시기에 발매될 계획이라 부부 동반 활동을 앞두고 있다. 둘은 "서로가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좋다.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으니 이제 잘 풀릴 것 같다"며 "그 동안 기다림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힘을 합쳐 '대박'을 내보겠다"고 의욕을 다졌다.
비록 현재의 본업은 가수지만 백승일의 마음 한 켠에는 씨름이 자리하고 있다.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이 씨름이다. 이러한 백승일의 마음을 홍씨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마음의 고향에 정을 둘 수 있도록 홍씨가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백승일은 "씨름에 대해 오히려 주현씨가 더 적극적이다. 언제든 한국의 고유 스포츠인 씨름에 헌신해야 한다고 동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속씨름 은퇴를 선언했을 당시 백승일은 종합격투기와 실업 씨름단의 러브콜을 받았다. 돈과 명예보다 꿈을 좇은 백승일은 가수 선택에 후회는 없다. "지금껏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지금도 무대만 있으면 올라가서 노래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지금도 실업팀에서 지도자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 백승일은 "억울해서라도 돌아갈 수 없다. 끝까지 해보고 가수에 대한 미련이 없어진다면 그땐 씨름판으로 돌아가겠다"며 "가수 활동을 하면서 씨름에 헌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고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고양=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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