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가 총선을 앞두고 이공계 인사의 국회 진출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과학기술인 모임을 망라한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은 지난달 여야 정당에 이런 요구를 공식 전달하고, 대국민 호소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평소 정치와 거리 먼 과학기술인들이 정치적 캠페인에 나선 이유는 다름 아니다. 과학기술이 지속적인 국가 사회 발전의 중추역할을 해야 함에도 지금의 정치가 이를 제대로 인식,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과 위기감 때문이다.
선거 철마다 각종 시민단체와 이익단체들이 각자의 이익을 반영하고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익히 보아온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학기술인들의 요구를 그 연장선상에서 보지 않는다. 과학기술계가 전통적으로 정치와 거리를 두는 순수성을 지닌데다, 무엇보다 그 명분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국가의 성장동력은 전적으로 과학기술에 기반함에도 이에 대한 철학이 없는 지금의 정치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주장은 더 없이 옳다.
기후변화, 환경, 에너지 문제 등은 물론이고 사회 양극화, 청년실업, 복지, 저출산ㆍ고령화 등 우리 사회가 마주한 현안 대부분이 과학기술 또는 과학적 인식이 필요하다. 이념이나 정파 이해에 치우쳐 국가정책을 다루는 불합리한 현실에 비춰, 과학기술전문가들의 논리적이고 실질적인 사고를 통해 균형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과학벨트처럼 국가 미래가 달린 국책사업들이 정치적, 지역적 이슈로 변질돼 당초 취지를 훼손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우리의 이공계출신 국회의원 비율은 다른 선진국들이 최소 10%가 넘는 데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서 이공계를 크게 배려해야 한다는 요구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그러나 여야의 공천심사위원회에서도 이공계 출신은 거의 배제됐다. 국가 운영의 비효율을 줄이고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정치문화를 배양하기 위해서도 과학기술계의 주장은 진지하게 경청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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