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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정 승부조작 어떻게 이뤄지나

입력
2012.02.1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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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배구에 이어 경정에서도 승부조작이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정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경정은 모터보트 레이스에 돈을 걸고 배당금을 받는 베팅게임이기 때문에 승부조작의 유혹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다. 그럼에도 유사한 레이싱 게임인 경마와 경륜에서 그 동안 수 차례 승부조작 사건이 적발됐던 것과는 달리 경정에서는 불미스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레이스게임의 청정지역으로 남아있었다.

경정은 매출액 중 72%를 적중 배당금으로 환급하고, 18%를 세금으로 납부하며 나머지 10% 중 운영비를 제외한 금액을 체육진흥기금과 청소년 육성기금 등에 출연하고 있다. 2011년 경정의 총 매출액은 7,330억원이었다.

레이싱 종목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지는 것은 매출액 배분 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매출액 중 28%가 세금과 기금 등으로 공제되는 것을 악용해 '맞대기'로 불리는 불법 사설 베팅이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공식 경정을 대상으로 손님을 모은 뒤 배당률대로 환급을 해준다. 그래도 산술적으로 28%가 업자 몫으로 고스란히 남게 된다. 큰 돈을 잃은 사람에게는 위로금(일명 차비)도 얹어준다. 사설경정은 베팅한도에도 제한이 없다. 공식 경정에서는 현재 1회 베팅한도가 10만원으로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

이들 불법 사설 베팅업자들은 승부조작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보통 특정선수의 우승이 유력한 경주를 골라 그 선수를 입상권에서 제외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우승 유력선수가 입상권 진입에 실패할 경우 베팅금액의 대부분이 사설업자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매주 수ㆍ목요일에 경주가 시행되는 경정의 경우 출전선수들은 화요일 아침에 소집돼 미사리 경정장 숙소에 입소한다. 이때 승부조작을 막기 위해 휴대폰 소지가 금지된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이 검색대를 피해 몰래 휴대폰을 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맞대기 업자들이 미리 접촉한 선수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는 셈이다.

승부조작 방식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과거 경마 등에서 이뤄졌던 하위권 선수를 깜짝 입상시켜 고배당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요즘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이 방법은 출전선수 대부분이 담합에 가담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정 승부조작은 우승 유력선수가 스타트를 늦게 하거나 반환점을 돌 때 외곽으로 빠지는 방법을 사용해 자연스럽게 하위권으로 처지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일부에서 거론되는 고의로 플라잉(출발 위반)을 범해 실격되는 방법은 사용되지 않는다. 실격될 경우 베팅금액이 모두 환불 처리되기 때문이다.

홍성필기자 sp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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