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10m허들에서 골인지점 막판 고의 신체접촉으로 드라마틱한 실격패를 당한 다이론 로블레스(26ㆍ쿠바)와 불운의 황색특급 류샹(劉翔ㆍ29ㆍ중국)이 6개월만에 재격돌 한다. 7월 런던올림픽과 내달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실내 세계육상선수권을 앞두고 사전 탐색전인 셈이다.
로블레스와 류샹은 19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리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 대회인 아비바 그랑프리 실내육상대회 60m허들에서 맞붙는다. 대구 세계선수권 당시 로블레스는 골인지점 막판 9번째와 10번째 허들을 넘을 때 바로 옆 레인에서 달리던 류샹의 손을 쳐, 진로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IAAF로부터 실격패를 받고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다리 부상으로 안방에서 열린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기권한 데 이어 이듬해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마저 불참한 류샹이 3년만에 메이저대회 챔피언을 노렸지만 물거품이 된 순간이었다.
경기장 밖에서는 절친한 친구 사이인 이들은 대구에서 어색한 웃음을 띠고 '위로 아닌 위로'를 주고받으며 헤어졌지만 마음 한 구석엔 찜찜한 그림자를 지울 수 없었다. 류샹으로선 '다 잡았던' 금메달을 빼앗긴 기분이었고, 로블레스로선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며 금메달을 박탈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항변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맞수로서 서로를 인정하지만 세계챔피언 자리는 자신이 맡아야 한다는 자존심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실제 메이저대회에서 11차례 금메달을 나눠가졌다.
로블레스와 류샹은 기록면에서 '종이 반장'차이로 세계랭킹1,2위를 달리고 있다. 로블레스가 12초87, 류샹이 12초88이다. 그러나 12차례의 레이스에서 류샹이 7승5패로 앞서있다.
로블레스는 최근 영 일간 데일리메일에 "올해야 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해다. 런던올림픽은 물론 내달 이스탄불 실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정상에 설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류샹도 최근 IAAF 홈페이지에 "잔 부상없이 몸 상태가 좋다. 생애 처음으로 춘절(중국최대 명절)에도 고향집에 가지 못하고 동료들과 캠프에서 훈련중이다. 반드시 올림픽에서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류샹은 또 15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 "대구 세계선수권에서 로블레스가 고의로 내 손을 잡은 것 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체접촉은 경기 중에 언제라도 일어날 수 일이다"라며 로블레스를 두둔해 눈길을 끌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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