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호(42) 서울북부지법 판사는 퇴임식 날인 17일에도 오후 6시 퇴근시간이 지나서야 1107호 민사 제5단독판사실을 나섰다. 오전에는 재판도 진행했다. 그는 "마지막 근무라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10년 판사 생활을 정리한 짐은 책과 서류를 채운 상자 네 개가 전부다.
앞서 이날 낮 12시 도봉구 북부지법 정문 앞에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가 퇴임식을 열어줬다. 서 판사는 이 자리에서 "재임용 탈락 결정 자체가 위법하기 때문에 저는 쫓겨나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퇴임하는 것"이라며 "소송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만천하에 법원의 관료적이고 불투명한 모습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국민의 눈' 주재로 국민판사 임용식도 거행됐다. 이 단체 소속 이상갑 변호사는 서 판사에게 바를 정(正)자와 '국민법관'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국민법복'을 전달하며 "형식적인 법률보다 상위의 가치인 정의를 기준으로 늘 고민하고 판단하는 국민판사가 돼 달라"고 부탁했다. 법복 안쪽에는 '판사는 탄핵 금고를 당하는 경우 외에 신분을 잃지 않는다'는 헌법 106조 조항도 새겨 재임용 탈락에 대한 항의의 의미를 담았다.
한 법원 직원이 송별사에서 "숨죽인 채 지켜봐야 했던 동료들의 죄책감을 알아달라. 다른 호칭이 아닌 판사님으로 다시 부르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하자 서 판사도 눈물을 보였다.
퇴임식은 당초 청사 내에서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법원장이 청사관리권을 들어 불허하는 바람에 정문 앞에서 열렸다. 오후 3시30분 개최 예정이었던 법원 주최 공식 퇴임식은 서 판사가 참석을 거부해 취소됐다.
서 판사는 법률지원단으로 돕겠다고 나선 변호사 10명과 다음주 첫 회의를 갖고 법적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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