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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계은행과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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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계은행과 IMF

입력
2012.02.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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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튼우즈 체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래 극심한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추진됐다. 특히 19세기 이래 국제 금본위제가 붕괴하면서 각국 통화간 환율 불안정과 무역제한 조치가 만연하자, 안정적인 새 국제통화제도를 수립해 무역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가 됐다. 이 결과 달러 기축통화제가 구축됐고, 국제 금융질서를 사실상 규율할 국제기구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이 탄생했다.

■ IMF의 핵심 기능은 무역 활성화를 위한 국제 환율의 안정적 유지다. IMF 구제금융 역시 비상 상황에 빠진 해당국의 환율을 정상화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반면 세계은행은 2차 세계대전 전재(戰災) 복구와 경제부흥에 필요한 대규모 장기자금을 효과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설립돼 지금까지 국가 단위의 개발자금을 공급해왔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1971년 미국 달러의 금태환 정지로 사실상 붕괴했으나, 두 기구의 체제와 기능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 두 기구의 정치적 문제는 창설을 주도한 미국이 유일한 비토권을 행사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점이다. 여기에 IMF와 세계은행이 신용 공여 등의 조건으로 제시해 온 경제개혁 프로그램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이익보다는 미국과 유럽의 이해만 대변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불량경제학과 특권적 이해집단의 묘한 결합에 기반한 정책을 수립한다"고 두 기관을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 우리도 97년 외환위기 때 구제금융 협상에서 두 기구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확인한 바 있다. IMF 협상 실무단의 책임자는 휴버트 나이스 IMF 국장이었으나, 데이비드 립튼 미 재무부 차관보가 서울 힐튼호텔에 머물며 협상을 사실상 지휘했다. 최근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사임 계획을 밝히자, 미국인이 총재를 맡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 등을 중심으로 또 다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셈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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