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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PD의 오디오 파일]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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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PD의 오디오 파일]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입력
2012.02.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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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은 밝은 사람이었다.

입을 크게 벌이고, 눈가에 주름이 가득 잡힐만큼 시원스럽게 웃는 모습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김광석은 수다쟁이였다.

KBS본관 5층 휴게실에 거의 매일 있었던 김광석은 늘 누군가와 어울려 커피를 마시고 기타를 치며 유쾌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 휴게실에 그렇게 오래, 자주 나타나는 스타급 연예인은 김광석이 유일했다.

공연장에 가도 싱글벙글, 공연이 시작되기 20여분을 남겨놓고도 찾아와준 지인들에게 차를 대접하며 대화하는 걸 좋아했다. 공연이 곧 시작되지 않느냐고 걱정을 하면 "나야 공연이 뭐 생활이니까" 하면서 씨익 웃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1990년대 초부터 이미 김광석은 대학로 라이브의 황제로 우뚝 섰고 오직 공연만으로도 살 수 있다고 평가를 받을 만큼 인기가 대단했다. 라이브 공연 1,000회라는 어마어마한 기록도 갖고 있던 그가 96년 1월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났다. 64년 1월생이니 너무도 짧은 32년의 삶이었다. 평소의 그가 워낙 밝고 건강해서 '자살'이니 '요절'이니 하는 단어가 아직도 낯설다. 그래서일까. 그는 지금도 우리 곁에 있는것만 같다.

나는 그의 공연을 무척 좋아했다. 세 번 정도 공연을 봤는데 늘 객석은 꽉 차 있었다. 나뿐아니라 그의 팬들은 그의 공연을 몇 번씩 봤다. 김광석의 콘서트는 단순했다. 치장이 없었다. 무대는 단순했고 게스트는 가끔 박학기를 본것 같고, 혼자 노래 부르고 또 부르고, 짬짬이 이야기하고 그게 다였다. 그의 목소리가 워낙 힘이 있고 풍성해서 담백하게 내지르거나 애절하게 절규하거나 울림이 더 컸다.

그렇게 주구장창 노래만 하는데도 지루하거나 질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진정성'이 아닐까싶다.

그는 낮은 곳에 있었다. 스타로 높게, 깊게, 비밀리에 어딘가 숨어있지 않고 소박하고 순수했다. '사랑했지만','사랑이라는 이유로','거리에서','이등병의 편지','일어나','잊어야한다는 마음으로''서른즈음에','말하지 못한 내사랑','기다려줘'등등 수많은 그의 히트곡을 들어보면 한결같이 사람 마음 깊숙이까지 그 가사와 음율이 와닿는다.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도 그의 버전이 더 많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도 그런 맥락일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건강하고 밝은 기운이 있었다.

슬픈 노래를 연이어 부르다가도 잠깐 짬을 내어 이야기를 하면 금새 장난기가 발동되고 어렸을 적 대구 방천시장에서 뛰어놀던 개구쟁이로 돌아가곤했다.

팬들은 동네 오빠나 형, 동생을 보는 것처럼 편안해했고 그가 부르는 노래와 자신의 이야기를 동일시할 수 있었다. 그가 떠난지 16년이 되어가지만 그를 모르는 젊은이들도 한번쯤 불러보고 공감할 노래, 신청곡이 끊이지 않는 그의 대표곡은 아마도 '서른즈음에'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 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이 노래를 부를때만큼은 한없이 쓸쓸해보였던 김광석. 통기타가 다시 사랑받는 요즘, 그가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질없는 안타까움이리라.

조휴정ㆍKBS해피FM 106.1 '즐거운 저녁길 이택림입니다'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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