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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학생들 '노페현상' 뒤엔 대한민국 명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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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학생들 '노페현상' 뒤엔 대한민국 명품병

입력
2012.02.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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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 '게임'이 지목되더니 이번엔 '노페(노스페이스의 약칭)'가 뭇매를 맞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 노스페이스 패딩점퍼가 워낙 유행을 하니까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힘없는 아이들의 점퍼를 빼앗는다는 게 이유다.

소비자단체까지 나섰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1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노스페이스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보도자료를 통해 "노스페이스가 최근 속칭 '등골브레이커'로 불리며 청소년 폭력, 금품 갈취, 일진회의 비뚤어진 계급의식, 고가의 아웃도어 제품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 등 직간접적인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간담회에서도 "노스페이스의 고가 정책 때문에 중고등학생들 사이에 계급의식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면서 노스페이스가 최근 청소년 폭력 문제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계속했다.

노스페이스가 서민들은 감당키 힘들 만큼 고가이고, 이 때문에 학부모들의 허리가 휘는 건 분명 사실이다. 가격에 거품이 있다면 당연히 빼야 하고, 필요하다면 공정위도 더 엄격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노스페이스가 학교폭력의 진원지이고, 이 노스페이스를 판매하는 골드윈코리아가 그 원인제공자란 건 논리의 비약이다. 이런 식이라면 스마트폰도 학교폭력의 원인이고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책임을 져야겠다. 요즘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에게 스마트폰 문자로 험한 욕설을 한다고 하니 말이다. 또 게임 캐릭터 때문에 끔찍한 중학생 자살사건까지 벌어졌으니, 게임업체들도 '공범'정도로는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애들이 왜 노스페이스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말이다. 고가브랜드 선호의 선후를 따진다면, 당연히 '닥치고 명품'을 선호해 온 어른들의 잘못이 먼저다.

아웃도어 업체들은 한결같이 우리나라는 값비싼 '고어텍스' 소재가 아니면 안 팔린다고 말한다. 고어텍스 태그가 붙어 있는 옷이 아니면 등산 갔을 때 창피하다는 것인데, 이건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 문제다. 우리나라 아웃도어 시장이 수년 동안 두 자릿수 고성장을 한 비결에는 이처럼 고가 브랜드, 고가 소재를 선호하는 어른들의 집착이 자리잡고 있다.

샤넬은 2010년 25%, 2011년 25% 가격을 올리고도 올해 2월 또다시 값을 올렸다. 그러면서도 매번 '다음 달 가격 인상설'을 흘려 백화점 샤넬 매장에 수많은 사람들을 줄 서게 만들었다. 이쯤 되면 소비자들은 가격 폭등에 '불매운동'으로 맞서야 겠지만 오히려 '사재기'로 대응했다.

노스페이스를 학교 폭력의 주범으로 몰고 가선 아무런 해결책도 나오지 않는다. 값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차라리 소비자 불매운동을 펴는 게 현명하다. 중고생들의 '노페 현상'과 어른들의 '샤넬 현상'은 동전의 양면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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