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수준의 학교 폭력이 전국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해학생 부모와 피해학생 부모가 맞고소를 하는 등 어른 싸움으로 번지고 교사의 직무유기 피소도 줄을 잇는 등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대구 수성구 한 고교에서 대를 물린 엽기적 학교폭력사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수성경찰서는 학교 후배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대구 수성구 A고 졸업생 박모(20)씨와 3학년생 안모(19)군 등 4명에 대해 1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군복무중인 졸업생 임모(20)씨는 헌병대에 이첩하고 2학년생 3명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라는 점을 고려해 불구속입건했다.
이들의 폭력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박ㆍ임씨는 2010년 4∼6월 당시 1학년 권모(18)군 등 3명을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학교 기계실 옆 실습용 밭에서 깊이 1m의 구덩이에 들어가게 해 목만 나오도록 파묻은 뒤 10∼30분간 방치하는 등 22차례나 괴롭혔다. 기중기에 발을 묶은 뒤 끌어 올려 매달기, 라이터로 음모 태우기, 물웅덩이에 빠뜨리기, 샤워 중에 분뇨 끼얹기, 입안에 개구리 넣기 등 기상천외한 수법이 동원됐다. 이들은 또 2010년 4, 6월 당시 2학년 안군 등 3명에게도 샤워시설의 온도를 높여 화상을 입게 하는 등 10여 차례 폭행을 가했다.
박씨에게 당했던 안군 등은 1년 후배인 권군 등에게 그간에 당한 가혹행위는 물론 의자에 철사줄로 묶기, 바닥을 기게 해 "멍멍" 짖도록 하기, 사타구니에 뜨거운 물 붓기 등 엽기 폭행을 102차례나 한 것으로 드러났다. 2, 3학년 선배들에게 이중으로 당한 권군 등 3명도 지난해 1학년생 3명에게 60여 차례 유사한 대물림 폭행을 했다. 지난해 10월21일에는 학교 내 저수지에 후배 1명을 저수지에 빠뜨린 뒤 휴대폰으로 동영상 촬영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학년들이 학교에 신고, 학교측이 가해자들을 훈계하고 담임교사를 '주의' 조치했지만 가혹행위가 계속되자 한 달 뒤인 12월30일 1학년 3명이 직접 대구 수성경찰서를 찾으면서 수년간의 학교잔혹사가 드러났다.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 용기를 낸 계기였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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