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직 프로야구 선수 L씨의 고백/ "1번타자·마무리투수도 브로커들의 주요 타깃"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L씨의 고백/ "1번타자·마무리투수도 브로커들의 주요 타깃"

입력
2012.02.16 17:36
0 0

지금까지 나온 프로야구 경기조작 의혹은 선발 투수와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타자와 마무리 투수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L씨는 16일 "확실한 보직일수록 브로커가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 선발 투수뿐만 아니라 각 팀의 1번 타자, 마무리 투수가 브로커들의 관심 대상이라고 들었다"며 "중간 투수의 경우 언제 등판할 지 알 수 없고 감독이 1아웃을 잡기 전에 교체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그의 고백은 꽤 신빙성이 높았다. 최근 언론에 이름이 오른 A 선수에 대해 "약 한 달 전 그 선수의 이름을 접했다. 브로커와 친하게 지낸다는 소문이 떠돌았다"면서 직접 거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여부를 떠나 A 씨가 구단 내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불거져 나온 경기조작 의혹은 승패와 큰 영향이 없다. 불법 베팅 사이트에서 유행하는 방식은 1회초 첫 볼넷을 얻는 팀이 어디인지를 맞히면 된다. 또 투수가 1회초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질지, 볼을 던질지를 불법 사이트 회원들은 최소 1,000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베팅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부분이다. 초구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타자가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조작할 수 있다. 어이없는 볼에 헛스윙 해 '고의적인 스트라이크'를 만들거나 의식적으로 파울 타구를 만들어 '또 다른 고의적인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 그만이다. 8개 구단의 1번 타자는 한 시즌 동안 거의 붙박이로 출전하기 때문에 브로커들의 유혹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마무리 투수도 예외는 아니다. 불법 베팅 사이트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야구에 관련된 종목은 운영자가 만들기 나름이다. 적게는 5개 많게는 20개가 넘는다"며 "9회 마무리 투수의 초구가 무엇일지, 충분히 대상 종목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회원들이 베팅할 수 있는 종목이 있는 이상, 마무리 투수도 검은 유혹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왜 브로커의 유혹에 흔들릴까. L씨는 "잔정에 호소했을 수도 있고, 교묘히 인맥을 이용해 선수들과 접촉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 아니겠냐"며 "특히 1년 연봉이 고작 2,000만원 중반에 불과한 선수들은 경기 조작 제의를 쉽사리 뿌리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8개 구단 전체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브로커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인 만큼 한 동안 프로야구 경기조작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