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는 묽은 변을 보는 걸 말한다. 정확하게는 배변 횟수가 하루에 4번 이상, 하루에 250g 이상 묽은 변이 있을 때 설사라고 정의한다. 반면 변비란 1주일에 변을 3번 이하 보거나, 변을 볼 때 심하게 힘을 줘야 하거나, 지나치게 굳어서 딱딱한 대변을 보는 경우 등을 말한다. 이렇듯 설사와 변비는 증상이 명확히 대조되기 때문에 혼동할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설사처럼 보이는 변비도 있다. 언뜻 들으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변비가 매우 심하면 오히려 겉으로는 설사처럼 보일 수 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변비가 심한 경우 대변이 너무 굳어 있어 밖으로 나오지 않는데도 변의는 심해진다. 이때 자꾸 화장실에 가서 힘을 주면 창자액이 증가한다. 결국 변을 보려고 하면 굳은 대변 사이로 물 같은 점액질 액체가 나오게 된다. 변비인데 마치 설사처럼 보이는 것이다. 특히 변비가 심한 고령 환자의 직장에 굳은 대변이 가득 차 있을 때 이런 증상이 잘 나타난다.
변비가 심해지면 이뿐 아니라 다양한 합병증이 올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치핵(치질)이다. 변비 때문에 변이 딱딱해지면 배변 때 강하게 힘을 줘야 하기 때문에 항문이 쉽게 빠지는 것이다. 변을 보다 항문 점막이 찢어지는 치열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경우 심한 통증 때문에 배변을 참는 경우가 많아져 변비가 악화하기도 한다.
흔하지는 않지만 장 폐색이 일어날 수도 있다. 대변이 장관 안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으면 수분이 계속 흡수돼 변이 점점 단단해지고, 이어 장관을 틀어막은 것 같은 상태가 된다. 극심한 복통과 구토를 동반하며 쇼크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또 만성적으로 변비를 앓는 사람들은 대장암이 생겨 암조직 등이 장을 막아 변이 잘 안 나오는데도 그냥 변비가 심해졌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치료 시기를 놓칠 위험도 있다.
변비와 변비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면 '겨우 변비쯤이야' 하는 생각을 버리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기본은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지 않는 것이다. 화장실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는 습관을 버리고 변 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변의가 왔을 때 참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대장에서 발생한 신호를 무시하거나 참아버리면 이후 대장은 적절한 신호를 발생시키기를 망설이게 돼 변비가 생기기 쉽다. 음식을 먹은 뒤 배변을 느끼는 인체의 시스템이 가장 작동하기 쉬운 때가 바로 아침식사 후다. 아침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식후 변의가 느껴진다면 바로 배변하도록 한다.
대변을 적당히 부드럽게 배출하려면 충분한 수분이 필요하다. 하루에 물을 1.5~2리터 정도 마셔주는 게 좋다. 특히 아침에 물을 한두 잔 마시면 도움이 된다. 과일도 많이 먹도록 한다. 섬유소가 변비 예방에 좋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섬유소는 수분을 많이 흡수해 대변이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단축시키기 때문에 변비뿐 아니라 암 예방에도 좋다.
민영일 비에비스나무병원장 ·소화기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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