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군인의 유족이 60년만에 5,000원의 사망보상금을 받게 된 처분이 위법 부당하다는 행정심판이 나와 언론에 크게 알려진 적이 있었다.
유족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해 억울함을 해결할 수 있었다.
국가로부터 행정처분을 받더라도 이처럼 이의가 있을 경우 중앙행심위의 행정심판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있지만, 의외로 많은 국민이 이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행정기관이 영업정지처분이나 인허가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억울하다고 생각돼도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각종 시험의 불합격 처분이나, 입찰ㆍ병역ㆍ보훈ㆍ출입국 등 우리가 일상에서 행정기관을 통해 받을 수 있는 각종 행정처분도 억울한 면이 있다면 행정심판을 통해 구제의 길이 있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되었더라도 특별히 억울한 사정이 있을 경우 행정심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화재진압을 위해 출동했다가 신호위반으로 면허정지를 받은 소방관도 행정심판을 통해 면허를 다시 살릴 수 있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이같은 심판기능을 가진 중앙행정심판위가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합ㆍ출범한 지 29일로 만 4년이 된다.
그동안 처리한 행정심판 사건이 최근 10만건을 넘었다. 운전면허 등 생계형 사건을 포함해 1만 7,000여건의 청구인이 구제를 받았다. 이제는 그만큼 행정처분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이다.
행정심판은 국민이 청구하면 60일(30일만 연장가능)이내에 결과를 내야 한다. 지난해 중앙행정심판위의 평균 재결기간은 75.49일이었다. 4년전 출범 전보다는 약 7일 정도 줄어든 처리기간이다. 결정 기간이 크게 단축된 것이다.
행정심판은 행정기관이 내린 처분에 대한 위법 및 부당 여부를 따지는 것으로, 결과가 나오면 행정기관은 의무적으로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 국민 입장에서는 인터넷(www.simpan.go.kr)으로 제출한 청구서 한 장으로 대법원 판결에 준하는 최종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권리구제 수단이다. 물론 무료이며, 대리인이나 변호사 없이 직접 누구나 억울함을 호소하면 되는 것이다.
중앙행심위는 국민들의 이용 편의를 위해 시간처리의 단축 등 지속적인 프로세스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행정심판은 중앙과 시ㆍ도, 다양한 특별행정심판기관이 서로 다른 시스템에 따라 각각 자신에게 제기된 심판사건을 처리하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아직은 기관간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지 않고, 행정처분에 불복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사건의 소관 기관을 찾기가 어려운 면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스톱으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위해 2015년 완성을 목표로 온라인 행정심판 허브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분쟁의 신속한 해결, 재판부담의 경감 등 행정기관과 사법부 모두에게 유익한 행정심판제도가 보다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해 국민들의 억울함을 더는 효과적인 도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오준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중앙행정심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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