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산중에서 하는 참선 수행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번잡한 도시에서 중생과 함께하는 삶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출가 후 산중 운수납자(雲水衲子)로만 지내다 지난달 18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국제선센터 주지로 임명된 법정(法頂ㆍ49) 스님은 산사에서 내려온 소회를 이렇게 풀어놓았다.
법정 스님은 1985년 해남 대흥사에서 출가해 법주사 강원(講院)을 졸업하고, 해남 대흥사 동국선원 교무, 달성사 주지 등을 거쳐,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출산 자락에 있는 무위사 주지를 지냈다. 17일 열반 2주기를 맞는 '무소유' 법정 스님과 법명이 같아 '살아 있는 법정 스님'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국제선센터는 대한불교 조계종이 2010년 11월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 세운 수행ㆍ포교 도량이다. 지하 3층, 지상 7층 연면적 1만600㎡ 규모로 경주 황룡사 9층 목탑을 본떠 지었다. 이 곳의 템플스테이는 15개월 만에 외국인 887명을 포함해 총 3,700여명이 참여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 사찰음식을 직접 만들고 시식하는 프로그램과 매주 토요일 외국인을 위해 영어로 진행하는 '참선지도와 담마(불법)토크', 언제든지 찾아 참선할 수 있는 공간인 '금차(今此)선원' 등에도 불자들은 물론 일반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법정 스님은 "한국불교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한국불교에 화두를 들고 참구(參究)하는 간화선(看話禪) 전통이 오롯이 살아 있기 때문"이라며 "우선 한국불교를 찾는 외국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세계인들이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템플스테이에 외국인을 5,000명 유치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출가 이후 27년 간 줄곧 산중에서 수행만 하다 도시 생활을 시작한 스님은 "실은 아직 도심의 소음에도 적응이 안 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 의 '수행하는 데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번잡한 도시 생활을 수행의 도반(道伴)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보왕삼매론> 는 수행 과정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10가지 지침으로, 최근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인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보왕삼매론>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
스님은 "수행이란 게 산중에 들어가 좌선하는 것만이 아니라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20여년간 마음 수행 삼아 시작한 붓글씨 솜씨로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ㆍ평상심이 곧 도)'라는 불교 경구를 일필휘지로 써 내려갔다.
글ㆍ사진=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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