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표 부동산 정책'이 부른 시장 혼란이 심상찮다. 지난달 뉴타운 사업의 전면 재검토에 이어 재건축아파트 소형 의무비율 상향 방침으로 뉴타운 지역의 급매물이 늘어나고 재건축 시장도 얼어붙기 시작했다. 박 시장 취임으로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이 방향을 틀리라는 예상은 무성했다. 세계적 대도시인 서울의 품격에 정책의 무게중심을 두었던 전임자들과 달리 박 시장은 공공성과 서민지원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예상에 비추어도 서울시의 정책 전환은 너무 급하고 폭이 크다. 부동산 시장에 투기 열풍이 몰아치고, 건설경기에 거품이 잔뜩 낀 과거라면 몰라도 현재의 시장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부터 조정이 검토된 뉴타운 출구전략은 그나마 낫다. '전면 재검토'가 곧장 백지화를 뜻하는 게 아니라면, 지역별로 다른 사업 진척 상황과 주민 의사를 따져 구체적으로 조정할 여지가 있다.
행정의 개입 범위가 넓어 공공성 강조가 쉬운 재개발사업과 달리 민간사업으로서 행정의 최소 개입만 가능한 재건축사업은 한결 정교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강남 개포지구에 대해 신축가구 절반을 전용면적 60㎡ 이하로 지을 것을 요구한 것이나 소형주택 의무공급 비율을 현재의 20%에서 30~40%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은 너무 거칠다. 소관사항도 아닌 국민주택 기준을 현행 85㎡에서 60㎡로 낮추자는 발상에서'의욕 과잉'이 두드러진다.
의욕에 떠밀려 현실과 멀어진 정책은 엉뚱한 결과를 부르기 쉽다. 20%의 의무비율이 강남지역 재건축을 늦춰온 주된 요인이어서 사업 지연이 불을 보는 듯하다. 그 결과 소형주택 공급이 늘기는커녕 불발하고, 전체 신규주택 공급 부족은 전셋값 앙등만 부른다. 부동산 경기의 척도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하락은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키고 금융불안까지 자극할 위험이 있다.
구체적 현실 인식과 시장 감각만이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정책을 다듬어낸다. 그에 앞서 서울이 때로는 나라 전체임을 박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당국자들은 무겁게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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