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막바지에는 스키장으로 몰리던 발걸음도 스파로 옮겨간다. 따뜻한 물속에서 온기를 느끼며 피로도 풀고 건강은 물론 미용까지 챙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무조건 뜨거운 물에 오래 들어가 있는다고 해서 다 몸에 좋은 건 아니다. 건강상태나 스파의 목적에 맞게 물 온도와 입욕 시간 등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스파에 쉬러 갔다가 집에 돌아와 다시 쉬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피로회복엔 고온, 신경통엔 중온
목욕할 때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뜨거운 물을 좋아한다. 스파에서도 42도를 넘는 고온 탕이 인기다. 실제로 뜨거운 물은 근육을 이완시키고 통증을 줄여준다. 또 뜨거운 물로 목욕하면 피로회복이 빠르다. 고온에서는 몸의 대사기능이 활발해져 에너지를 쓰고 남은 물질인 젖산이 빨리 배출되기 때문이다. 젖산이 몸 안에 쌓일수록 피로를 많이 느낀다.
보통 젊은 사람보다 고령자가 특히 고온을 선호한다. 그런데 고온 스파를 끝내고 나올 때 고령자는 순간적인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에 물 안팎의 온도 차이를 가능한 줄여야 한다. "에너지 소모가 커져 체력이 더 떨어지는 데다 스파에서 나온 뒤의 한기가 감기를 더 악화시키며 말초혈관이 확장돼 혈류량이 늘고 맥박도 빨라지기"(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재활의학과 장기언 교수) 때문이다. 그래서 여분의 타월을 준비했다가 나올 때 몸을 감싸주는 것이 좋다. 감기나 고혈압, 심장병 환자는 42도가 넘는 고온의 물은 피해야 한다.
40~41도 정도의 중온 스파는 허리와 어깨, 목 신경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 미용 목적이라면 피부에 자극이 강한 고온보다는 중온이 알맞다. 사람 체온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36~39도의 미온 스파는 혈액순환과 숙면에 효과적이다. 고혈압이나 심장병 등 순환기계 질환이 있는 사람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허리 통증 부위 완전히 잠기도록
따뜻한 물 속에 앉아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몸을 담그고 30분이 지나면 체온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 또 피부에서 수분과 유분이 많이 빠져나가 쭈글쭈글해지거나 건조해진다. 특히 42도 이상의 고온 스파를 오래 하면 에너지 소모가 지나치게 많아져 도리어 몸이 피곤해질 수 있다. 43도 이상의 물에선 8분, 45도 이상에선 5분 안에 나오는 게 좋다. 중온 스파는 15분 이내, 미온은 20분 안팎이 적당하다.
20분 이상 계속 스파를 즐기고 싶다면 반신욕이 괜찮다. 팔은 물 밖으로 빼고 배꼽 위쪽의 명치 아랫부분만 물에 담그는 방법이다. 혈액순환이 좋아지면서도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거나 맥박이 빨라지는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물 밖으로 나온 상반신이 춥게 느껴질 때는 따뜻한 물을 20~30초간 살짝 끼얹어주면 된다. 고도일 고도일병원장은 "허리가 아픈 환자는 반신욕을 할 때 허리 통증 부위가 물 속에 완전히 잠기도록 앉아야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줄어 부담이 가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순환기계통 환자에게는 온냉교대욕이 알맞다. 따뜻한 물에서 5분, 찬 물에서 3분을 4, 5번 반복하는 방법이다. 찬 물에 몸을 바로 담그기가 꺼려지면 찬 물을 몸에 끼얹는 걸로 대신해도 된다. 장 교수는 "온몸의 내장기관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며 "단 온탕에서 시작해서 온탕에서 끝내는 게 좋다"고 권했다. 척추질환이 있는 사람은 찬물이 자칫 근육을 경직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화장 지우고 들어가야 효과적
간혹 스파에서 목욕 타월로 피부를 강하게 문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순간적으로 개운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피부는 오히려 손상된다. 피부 대사를 촉진시키는 미용 효과를 보려면 부드러운 천이나 스펀지로 부드럽게 문질러주는 게 낫다. 스파 후 마사지는 개운한 기분이 들 정도로만 한다. 고 병원장은 "마사지는 원래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데 도움이 되지만, 뜨거운 물 속에서 이미 근육이 충분히 이완됐는데 자극을 심하게 주면 관절이나 근육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식사나 음주와 스파 사이 간격은 2시간이 적당하다. 식사 직후 스파는 소화를 위해 위장으로 몰려가야 할 혈액을 피부 표면 혈관으로 끌어오고, 음주 직후엔 가뜩이나 술로 이미 혈압과 맥박이 상승해있는데 뜨거운 물이 이를 부추겨 심장에 부담이 된다. 2시간이 지나면 소화장애도 피할 수 있고, 알코올 배출도 쉬워져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간 스파에서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물에 들어가기 15~20분 전 수분을 섭취하길 권한다. 몸 속 노폐물을 배출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몸에서 빠져나가는 수분도 보충해준다. 화장은 꼭 지우고 들어가야 한다. 화장한 채로 물에 들어가면 화장품이 모공을 막아 노폐물이 퓟?밖으로 빠져나가는 걸 방해하기 때문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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