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학생인권조례로 교권 침해 우려가 제기됐다. 체벌 금지야 그렇다 쳐도 복장과 두발, 심지어 휴대전화 사용까지 손 놓고 있으라면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느냐는 얘기였다. 그러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이번엔 교권조례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서울시의회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실제로 교권조례를 발의했다. "병 주고 약 주는 거냐"는 비판을 샀다. 급기야 시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은 별도 교권조례를 발의했고, 서로 옳네 그르네 따지며 쌈박질이다.
이게 지금 서울 교육자치의 현주소다. 학교폭력과 '왕따'로 연일 학생들이 죽고, 학부모가 교사를 고소하고, 교사는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벌어지고 있는 난장(亂場)이다. 불과 보름 후면 새 학기인데 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학생인권조례대로 학칙을 개정하라 하고, 교육과학기술부는 그 지시를 장관 직권으로 정지시켰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일선 학교는 죽을 맛이고 학생들은 혼란스럽다. 이게 지금 좋은 교육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벌인 일이다.
현실은 원칙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원칙 자체 보다는 그것을 얼마나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적용하느냐가 관건이다. 당초 학생인권조례가 공연해 보였던 것도 그 때문이다. 거창한 입법 대신 기존 인권법과 학교 현실, 상식과 윤리에 따라 생활지도 방식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도 될 일 아닌가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뭔가 화끈하게 이뤄야 한다는 강박증, 자신의 방식이 아니면 안 된다는 독선, 저변의 정치적 계산이 평지풍파를 일으켜 끝없이 학교를 흔들고 있다.
이런 경과를 생각하면 이른바 진보의 교권조례가 옳은지, 보수의 교권조례가 옳은지 따지는 것조차 부질없다. 그래서 제안한다. 서울시의회는 21일 양측의 교권조례가 함께 상정되면 일단 폐기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권조례 입법의 타당성부터 재검토하라. 이주호 교과부 장관과 곽노현 교육감은 꼴사나운 법리 다툼은 그만두고 당장 만나 일선 학교의 혼란을 막을 잠정안이라도 마련하라. 그런 타협도 못한다면 무슨 교육을 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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