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고 어두웠다. 피하고 싶은 소문이 현실로 드러난 탓이다.
승부 조작의 덫이 남자 프로배구에 이어 여자 배구까지 이어진 가운데 16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1~12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현대건설전에 앞서 양 팀 선수들은 팬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소속 선수 2명이 검찰 조사를 받은 차해원 흥국생명 감독은 경기 후 "모든 배구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정말로 죄송하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차 감독은 불미스러운 일과 관련해 이날 오전 해당 선수들과 면담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들이 어제 검찰 조사를 받고 와서 너무나 혼란스러워 했다. 어떠한 처분을 받게 될지 상당히 불안해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흥국생명의 주장인 세터 김사니도 "아직까지 믿어지지 않는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출전 정지를 당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황현주 현대건설 감독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는 말을 반복하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황 감독은 2006년부터 3년간 흥국생명 사령탑으로 승부 조작에 포함된 선수들을 지도했다.
전 흥국생명 소속이었던 현대건설 공격수 황연주도 침통한 표정으로 "소문은 있었지만 흥국생명에 있으면서 그런 느낌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며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벌어져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센터 양효진은 눈을 질끈 감으며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전날 검찰의 소환을 받은 선수 2명은 이날 현대건설의 경기가 열린 수원실내체육관에 나왔다가 검찰의 브리핑 소식을 접한 뒤 부랴부랴 숙소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경기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치러진 끝에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에 2-3(23-25 19-25 26-24 25-23 13-15)으로 무릎을 꿇었다.
수원=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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