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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포토숍에 속을 우리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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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포토숍에 속을 우리이랴

입력
2012.02.1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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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육상 선수, 시트콤 작가, 컨트리 가수, 그래픽 디자이너에 가만 있자, 그리피스 조이너, 안도 다다오, 베라 왕, 무엇보다 그 최전선에 카를라 부르니…. 내가 꿈꾼 직업이거나 닮고 싶은 인물들을 나열하고 보니 나도 참, 곧 죽어도 예술이구나 싶다.

사립유치원에 진학시키고자 여섯 살짜리 꼬마를 면접관들 앞에 세웠던 엄마는 내게 나올 문제가 빤하다며 이렇게 주입을 시켰더랬다. 그러니까 네 장래희망은 뭐라고? 그렇지, 선생님! 엄마가 옳았고, 엄마가 정확했던 까닭에 배운 대로 답했으면 좋으련만 나는 다양한 직업군 가운데 여러 친구들이 대통령이요, 국회위원이요, 떠드는 걸 물끄러미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어린 내 눈에 비친 그들이 흡사 검은 양복을 입은 마네킹 같았기 때문이었다. 투표권이 생긴 후 이런저런 선거를 경험했다지만 나는 여전히 그들을 신기하게 바라보곤 한다. 건물 벽에 큼지막하게 걸린 후보자들의 사진만 보더라도 그렇다.

나는 옳습니다, 나만 잘합니다, 내가 최선입니다, 나밖에 없다면서 공약이랍시고 허황된 구름을 둥둥 띄우는 그들에게 "혹시 밤에 잘 때 두 다리 뻗고 주무십니까?"라고 묻게 되는 건 왜일까. 오모가리찌개집 간판에 붙은 갓을 쓴 할아버지의 사진에는 반달눈이면서 정치인들의 사진에는 유독 도끼눈이 되는 이유, 특권이랍시고 그들에게 주어진 무료항공권이 아까운 탓이려나. 우이씨,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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