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공고히 유지되던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서민 주거복지를 기치로 내 건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강남권 집값은 전국 평균보다 최고 5배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아랑곳 않고 서울시는 강남 아파트가격 향방의 주요변수인 재건축아파트의 소형 의무 건설 확대를 추진하고 나서, 강남권 주택가격 약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16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박 시장이 취임한 지난해 10월 마지막 주부터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0.87%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가격 하락률(0.34%)의 두 배가 넘는다. 서울지역 내림세를 주도한 지역은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다. 이 기간 강남구(-1.75%)를 비롯해 송파구(-1.32%)와 강동구(-1.23%), 서초구(-1.01%)는 모두 1%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박 시장 취임 이후 1% 이상 아파트 값이 내려간 자치구는 이들 4개구 뿐이다. 전국 아파트 평균 하락률과 비교하면 3~5배나 더 떨어진 것이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가장 된서리를 맞았다. 강남 4구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1.59%로, 이 중 강남구(-2.29%)와 강동구(-2.19%)의 내림세가 두드러졌다. 서울시장 교체 이후 가격이 크게 떨어진 단지들도 대부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다. 닥터아파트 조사결과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138㎡(이하 공급면적)가 박 시장 취임 당시 22억5,000만원에서 15일 현재 21억원으로 1억5,000만원 떨어졌다. 반포 주공1단지 105㎡가 1억원, 개포동 시영아파트 56㎡와 62㎡는 각각 9,000만원씩 내렸다.
국토해양부가 16일 공개한 실거래가 내역에서도 강남권 재건축 약세가 확인된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10억~10억300만원선에 거래가 됐으나 올해 1월에는 9억2,000만~9억4,000만원으로 6,000만~8,000만원 하락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 중 유일하게 '종상향'의 호재가 있는 송파구 가락 시영1단지도 전용 40㎡ 기준으로 지난해 말 5억2,000만원까지 거래됐으나 한 달여 만에 4억9,200만~4억9,800만원으로 내렸다.
중개업계는 서울시가 최근 재건축 아파트의 소형 의무 건설 비율을 높이고 국민주택규모 축소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것이 강남권 약세 지속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개포동 A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은 정부나 서울시 정책에 수익성이 좌지우지되는 만큼 정책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시장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사업성이 악화될 조치가 잇따르고 있어 당분간 약세를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경매 시장에서도 강남 아파트가 감정가 절반 수준에 낙찰이 이뤄지는 등 강남권 부동산 약세가 확산되는 추세다. 부동산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경매에서 서초동 서초트라팰리스 전용 133㎡는 감정가 14억원의 절반 수준(52.2%)인 7억3,010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날 서초동 주상복합 아크로비스타 전용 205㎡은 감정가(27억원)의 64.8%인 17억5,000만원에 낙찰됐고, 올 초에는 송파구 잠실 롯데캐슬골드 전용 166㎡가 감정가 19억원의 57.9%인 11억50만원에 주인을 찾기도 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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