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출판사 다산북스가 중국에 저작권을 수출한 재테크 책이 현지 출간한지 채 2년이 안 돼 47만부 넘게 팔리며 국내 판매를 앞질러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은 국내 출판사들의 최대 저작권 수출국이지만 팔린 책들 중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다산북스는 16일 중국에서 2010년 4월 출간된 (전 2권)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권이 30만부, 2권이 17만부 팔렸다는 중국 출판사의 인세 보고를 최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책은 2010년 중국 최대 온라인 서점인 당당왕(當當網)에서 연간 종합베스트셀러 21위와 재테크 부문 1위를, 지난해에는 종합 베스트셀러 15위를 기록했다. 는 2006년 국내에서 출간된 과 후속작 의 중국어 번역본. 국내에서는 상속 문제를 다룬 3권 를 포함해 지금까지 44만부 정도 팔렸다.
그동안 중국에 수출된 한국 책은 한류 열풍을 타고 귀여니의 소설 와 남인숙 에세이 가 각각 100만부 이상 팔리고, 최인호의 가 수십 만 부 나간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베스트셀러가 없었다. 다산북스의 성공은 소설이나 몇몇 에세이, 학습만화, 미용관련서 정도가 눈길을 끌었던 중국 내 한국 도서 판매 상황에서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재테크 도서는 나라마다 경제사정이나 생활환경이 달라 수출해도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다산북스는 의 성공 요인으로 재테크 도서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는 중국의 사회 분위기를 우선 꼽았다. 집값과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빠링허우(八十後ㆍ1980년대 이후 출생자)로 불리는 신세대들 사이에서 재테크, 노후 관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국 독자는 당당왕에 올린 서평에서 "책 속의 주인공은 안정적인 직장이 있고 연봉도 괜찮았지만 각종 대출에, 자녀교육에, 생활비, 보험료 등 상당한 지출로 팍팍한 삶을 살고 있다"며 "주인공들이 겪은 일들은 지금 우리에게 벌어지고 있거나 혹은 앞으로 부닥칠 수 있는 것"이라며 책의 내용에 공감을 표시했다.
재테크 책이면서도 투자나 절세 방법 등을 설명식이 아니라 소설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한 콘텐츠의 독특함도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다산북스 저작권 담당자는 "중국에서 그동안 재테크 책이 없었던 게 아니지만 가독성과 재미 등 색다른 내용이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며 "이 책이 나온 뒤 제목과 표지 디자인을 따라한 책이 수십 종 출간될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출판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도서의 저작권 수출은 2000년대 들어 본격화해 2008년 1,054건으로 처음 1,000건을 돌파한 뒤 2009년 1,427건, 2010년 1,477건으로 증가 추세다. 이중에서도 저작권 수출이 급성장하는 곳은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이다. 2009~2010년 저작권 수출은 국가별로 중국이 1,204건(41%)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태국(887건) 인도네시아(213건) 대만 (208건) 말레이시아(95건) 베트남(87건) 프랑스(70건) 일본(63건) 순이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중국 책 시장은 한국 출판계로서는 수출 가능성이 큰 곳"이라며 "올해 8월 열리는 베이징국제도서전 주빈국으로 한국이 선정된 것을 계기로 출판계의 교류와 저작권 거래를 더 강화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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