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갑상선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수술을 받았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갑상선 질환은 최근 진료자 증가율이 특히 높아진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그런데 갑상선을 수술로 떼어내고 나면 목소리가 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실제로 검사를 해보면 성대나 후두(기도의 윗부분에 있는 발성기관)에 이상이 생겼을 수 있다. 일시적이거나 미세한 증상까지 치면 수술 환자의 절반 가량에서 음성 변화가 나타난다는 전문가 견해도 있다. 목소리쯤이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은 아니다.
갑상선 위치가 문제
물론 갑상선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데 관여하는 기관은 아니다. 호르몬을 분비해 체온을 유지하고 성장 속도나 혈압 등 각종 몸 속 생리기능을 조절하는 내분비기관이다. 목소리와 관련 있는 성대나 후두의 기능과는 사실 무관하다.
문제는 갑상선 자체가 아니라 후두 바로 앞이라는 갑상선의 위치다. 이 부위에는 특히 음성과 관련된 섬세한 구조들이 많다. 예를 들어 갑상선 바로 밑으로는 성대를 움직이는 신경이 지나간다. 목소리를 높여주는 신경 두 가닥도 각각 갑상선 위와 아래에 있다. 갑상선을 절제하는 수술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이 신경들을 건드릴 가능성이 있다.
또 갑상선 절제술을 위해서는 환자 호흡을 위해 기관지에 관을 넣은 다음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 이 관이 보통 성대를 지나서 들어가기 때문에 성대가 다치거나 붓는 등 성대에 변화가 생겨 수술 후 목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짧고 뚱뚱한 목도 문제
갑상선 수술 부위가 크거나 기술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울수록 수술하고 나서 목소리가 변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예를 들어 목이 길고 날씬한 사람보다 짧고 살찐 사람을 수술할 때 의료진이 시야를 확보하기가 더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성대나 후두, 목소리 관련 신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 일반적으로 여성의 후두는 남성보다 말랑말랑하다. 목소리도 높은 데다 후두 자체도 약하니 남성에 비해 여성이 갑상선 절제술 후 음성 변화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갑상선 절제술을 받기 전에 후두나 성대에 이상이 있다면 수술 후 음성 변화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실제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선동일, 남인철 교수와 유방갑상선외과 배자성 교수팀이 2010년 3월에서 지난해 1월까지 갑상선 절제술을 받을 예정인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후두와 음성검사,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후두 질환을 갖고 있던 환자가 179명(35.8%)으로 꽤 많았다.
가장 많았던 질환은 위로 내려가야 할 음식물이 거꾸로 올라오는 인후두역류(136명, 27.2%)였고, 성대결절과 성대폴립, 성대마비 같은 성대 관련 질환이 뒤를 이었다. 성대에 물이 차면서 퉁퉁 붓는 라인케부종도 있었다. 갑상선과 직접 관련은 없어도 이 같은 이상을 갖고 있으면 갑상선 절제술 후 음성이 변해도 치료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수술 전 미리 상태를 파악해두는 게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목소리 자가진단법 개발
갑상선 수술을 받은 다음 목소리가 실제로 어떻게 변할지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지금으로선 어렵다. 결국 수술 전후 후두나 음성 상태를 확인해보는 방법이 최선이다. 이에 선 교수팀은 갑상선 절제술 전후 후두나 음성 질환 여부를 환자 스스로 진단해볼 수 있는 설문조사 방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에 따르면 단순히 목소리가 달라졌거나 잘 나오지 않는 증상만 문제되는 게 아니다. 목에 뭔가 들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가래가 많아져도, 신물이 넘어오거나 가슴이 뻐근해도, 쉽게 피로해지거나 자주 사래가 들려도 이비인후과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선 교수는 "갑상선 수술 전 후두나 음성 질환이 있다고 진단 받으면 미리 치료하고 수술을 받거나, 심할 경우 갑상선 수술과 후두 수술을 병행하면 갑상선 절제술 후 생길 수 있는 목소리 변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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