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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기업·정치권 등 개설 붐이라는데…페이스북 페이지 소통·내용 'F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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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기업·정치권 등 개설 붐이라는데…페이스북 페이지 소통·내용 'F학점'

입력
2012.02.1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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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기업, 정치인 등이 앞다퉈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 페이지 개설 및운영에 나서고 있지만 소통과 관계 맺기가 핵심인 SNS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홍보용 인터넷 홈페이지처럼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등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개인이 운영하는 개인 프로필과 달리 정부 부처 등 기관명으로 운영하는 팬 페이지로, 페이지의 '좋아요'버튼을 눌러야 구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친근감을 느낀 구독자의 진솔한 의견을 듣고, 자신들이 전파되길 원하는 메시지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대다수 기관들은 대행사에 페이지 운영을 맡기거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운영하는 실정. 이들은 구독자와의 소통을 강화활 수 있는 동기나 전문성이 떨어져 해당 기관의 기능이나 역할과는 관련 없는 가벼운 이야기를 올리는데 치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자연 페이지를 통해 제기된 해당 기관 업무 관련 문제나 전문적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면서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페이스북 페이지 '가족사랑'은 소통은커녕 정책 홍보로 일관하는 일방통행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게임 셧다운제 시행 이후 여성가족부 페이지에는 하루 평균 20~30개의 항의성 글이 올라오고 있지만 여성가족부는 답변을 달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단순 항의성 글에 답변을 달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연 단순 항의성 글에까지 일일이 답을 해주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폭력의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가족 간 소통 부족에는 눈 감고 게임만 규제한다'는, 단순 항의성이라기보다는 비판적 의견 제시에도 답글은 달리지 않았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여성가족부의 페이수북 페이지 운영 방식에 이용자들은 '질문을 했으면 답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초지일관 무시한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기관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아 낭패를 겪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기관 운영자들이 페이지에 올리는 글은 '날씨가 춥네요, 외투 두툼히 입고 가세요'등 가벼운 신변잡기, 혹은 해당 기관과 관련된 홍보성 글 등 크게 두 가지다. 전자가 이용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라면 후자는 광고 글을 올리는 영업사원 같은 모습인 셈. 하지만 상반된 두 가지 성격의 글 때문에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동통신사인 LG유플러스는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에 경쟁사의 서비스를 비판하는 기사를 링크하며 비꼬는 듯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재미있다'는 이용자 반응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타 통신사 이렇게 디스(다른 사람을 폄하하거나 공격하는 행동이나 말을 뜻하는 속어)해도 되나?''개념없다'는 등 항의성 글이 이어졌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기업 이름으로 페이지를 운영하다보니 자사 광고만 전달하는 느낌을 주는 '기업'과 허물없이 대화하는 '친구'사이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지 항상 고민한다"며 "이번 포스팅도 친구처럼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캐릭터를 부여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급기야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이 서투른 이들이나 기관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는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한 마케팅 업체는 최근 본격 선거철을 앞두고 각 후보 진영을 대상으로 'SNS 선거운동전략'을 주제로 1박 2일 워크숍 참석자를 모집하고 있다. 참가비는 300만 원으로, 워크숍에 참여하면 '300만원 상당'의 해당 후보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 페이지는 전문가가 하나하나 만들어야 하는 홈페이지와 달리 정해진 매뉴얼대로만 하면 쉽게 개설할 수 있다. 때문에 업체의 선전은 선거 홍보에 몸이 단 후보 진영의 급한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한 상술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업체 담당자는 "워크숍에서 자체 개발한 선거용 앱을 소개하고 영향력있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드는 법 등을 알려준다"며 "총선이 다가올수록 후보자 쪽에서는 더 강력한 전략을 원하기 때문에 이 같은 워크숍 참가비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민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SNS는 결국 주인과 내가 이웃사촌처럼 지내던 단골관계의 회복을 꾀하는 통로"라며 "트위터에서 일부 기업 CEO들이 직접 트윗을 하면서 호응을 얻는 것처럼 해당 기업의 이름있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한다면 개인적이면서도 친근한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술적으로는 각종 SNS를 함께 연동시켜주는 앱 등 다양한 툴을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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