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극심한 인사 몸살을 앓고 있다. 4월 금융통화위원과 부총재, 부총재보 등 대규모 임원 교체를 앞두고 설익은 정보들이 흘러나올 때마다 조직 전체가 일희일비하며 술렁인다. 심지어 내부 이전투구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통위원 3자리, 당연직 금통위원을 겸직하는 부총재 1자리, 그리고 부총재보 3자리의 임기가 4월에 한꺼번에 끝난다. 2년째 공석인 금통위원 1자리와 후임 부총재 자리에 누구를 앉히느냐에 따라 금통위원과 한은 간부 대다수가 교체 대상에 오르게 된다.
유례 없는 '큰 장'이 서면서 온갖 설들이 난무한다. 김중수 총재가 청와대에 차기 부총재 후보 1순위로 외부 출신인 김준일 경제연구원장을 추천했다는 것이 대표적. 지금껏 부총재는 단 한 번도 외부 출신이 임명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한은이 발칵 뒤집혔고, 노조까지 나서서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김 총재가 청와대에 1순위로 추천한 후보는 내부 출신인 박원식 부총재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통위원 인사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 한은과 청와대가 이번에 임기 만료되는 금통위원 중 1명을 임기(4년) 절반인 2년간만 연임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총재, 부총재를 제외하고 5자리의 금통위원 중 현재 공석인 1자리를 포함해 4자리가 바뀌어야 하는 상황에서 금통위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현행 한은법 상 임기가 4년으로 정해져 있는 만큼 법을 바꾸지 않고는 불가능한 사안. 일부 금통위원의 희망사항이 부풀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부총재 후보(박원식 부총재보)와 부총재보 후보 3명(강준오 기획국장, 강태수 금융안정분석국장, 김종화 국제국장)의 이력을 두고도 말들이 무성하다. 대부분 조사, 정책기획 등 한은의 핵심 요직에서는 비껴있던 인물들. 한 쪽에서는 "한은 정통성을 뿌리 채 뒤흔드는 인사"라고 격분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고여 있는 한은 조직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맞선다.
22일께 단행될 국장급 이하 인사에서 부총재보 등 간부 인사까지 윤곽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가 4월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은 출신 한 인사는 "인사의 본질은 온데 간데 없고 알력만 난무하는 것 같다"며 "물가 안정을 책무로 하는 한은과 금통위의 역할에 부합하는 인사인가라는 기본적인 물음은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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