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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철의 여인' 대처의 삶과 고뇌 겉핥는 평면적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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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철의 여인' 대처의 삶과 고뇌 겉핥는 평면적 연출

입력
2012.02.1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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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인데다, 사상 최장 임기를 기록했다. 재임기간 사건 사고도 많았다. 막강한 탄광 노조가 파업을 벌여 국가 전체가 휘청거렸고, 북아일랜드독립군(IRA)의 테러에 시달려야만 했다. 아르헨티나와 맞붙은 포클랜드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베를린장벽 붕괴까지 지켜봤다. 격동의 시대 역사적 순간마다 정면 돌파를 택했다.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이 딱 들어맞는 삶이다. 영화 소재로 전 영국 총리 마가렛 대처보다 매력 있는 인생도 드물다.

그러나 좋은 소재가 수작을 보장하지 않는다. 메릴 스트립의 입체적인 연기에 비하면 지나치게 평면적인 연출로 일관하는 영화 '철의 여인'이 그렇다.

영화는 허리가 꺾이고, 걸음거리도 시원치 않는 현재(아마도) 대처의 삶을 중심으로 그의 과거와 영국 현대사를 돌아본다. 식료품 가게의 딸로 명문 옥스포드 대학을 졸업해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하는 모습들이 상영시간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성과 평범한 집안 출신이라는 장애를 극복하고 원칙 하나만을 내세워 '영국 병'을 고쳐나간 대처의 외고집 삶이 흥미를 부른다.

영화는 대처의 남다른 인생을 서술하는데 그친다. 역사적 인물 대처에 대한 평가를 회피하고, 역사적 결단을 내려야 했던 지도자 대처의 고뇌를 딱히 드러내지 않는다. 가정보다 정치를 우선했던 삶에 대한 회한 등도 슬쩍 건드리는 정도다. 단지 "난 찻잔이나 씻다가 죽을 순 없어요" 등의 대사로 표출되는 대처의 정치적 야망, 원칙에 대한 대처의 단호함 정도만 스크린에 비친다. 죽은 남편 데니스와 대처의 대화를 연료 삼아 이야기는 전개되지만 두 사람의 동지적인 관계나 결혼 생활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스트립의 연기는 현란하기만 하다. 남성 동료의원들의 비아냥거리 중 하나였던 '앵앵거리는' 목소리를 근엄하게 바꾸며 보수당 리더로 거듭나는 대처의 모습은 스트립의 몸을 빌려 생생하게 재현된다. 27일 열릴 미국 아카데미상 최우수여우주연상을 그가 받지 않는다면 이변 중에 이변일 것이다. '맘마미아!'의 필리다 로이드 감독. 2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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