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농축 속도와 생산 능력을 대폭 높인 우라늄농축 장치를 자체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국영TV는 15일 이란원자력에너지기구(IAEO)의 자료를 인용해 "중부 나탄즈 우라늄농축 시설에서 정제 속도가 향상된 제4세대 원심분리기 제작에 성공했다"며 "핵프로그램의 뚜렷한 진전"이라고 보도했다.
IAEO는 또 이란 국내 기술로 만든 핵연료봉을 이날 테헤란 핵연구소에 있는 원자로에 최초로 장착했다고 밝혔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핵연료봉 장착 행사에 참석, "3,000개의 원심분리기를 추가로 확보해 이란이 가동 중인 원심분리기 수는 약 9,000개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란은 앞서 지난달 1일 핵연료봉의 자체 생산,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영TV에 따르면 이들 시설에서는 2.5%와 4%, 20%의 농축우라늄 생산이 가능하다. 우라늄농축도 20%는 핵무기 제작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여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등이 정한 금지선(red line)이다. 이란은 지난해 여름부터 나탄즈에 있던 원심분리기를 은닉과 방어가 용이한 중북부 포르도 시설로 옮기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란의 발표는 원유 금수 조치 등 서방의 거센 제재 관계없이 핵 개발 강행 의지를 재차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자체 기술을 갖춘 만큼 외부의 지원 없이도 핵프로그램을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페레이둔 압바시 다바니 IAEO 의장은 "이번 성과는 외부 세력의 무자비한 훼방에 대한 강력한 응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여전히 이란 정부의 주장을 의심하고 있다. 이란의 현재 기술력으로는 우라늄농축도를 20%까지 끌어 올리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농축도 90% 이상의 고농축우라늄(HEU)이 필요하지만 20%만 넘어도 통상 HEU로 분류된다. 기술적으로 20%에서 90%로 농축도를 올리는 작업은 쉽기 때문이다.
영국 BBC방송은 "발표의 진위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이란의 기술력이 핵프로그램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