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주요 정당이 4ㆍ11 총선 공천 신청을 마감함에 따라 격전지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전통의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를 비롯해 부산 사상, 서울 강남을 등은 총선판 전체 구도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지역이어서 여야 모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이번 총선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곳은 수도권의 핵심 지역과 부산∙경남권의 '낙동강 벨트'이다. 특히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상임고문, 문성근 최고위원,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장관 등이 새누리당의 전통적 아성에 도전하겠다면서 출마를 선언한 부산의 일부 지역의 승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지역 총선 결과는 대선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여야 모두 총력전을 벌일 태세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 고문이 나선 부산 사상구는 낙동강 벨트의 중핵 지대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바람을 차단할 수 있는 인물을 고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 동안 권철현 전 주일대사,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설동근 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안준태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 등이 거명돼 왔으나 최근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를 전략 공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공천위원은 낙동강벨트 전략에 대해 "민주당이 정치꾼을 전면 배치했지만, 우리는 지역 일꾼과 전문가 중심으로 포진해 정치 바람을 차단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의 전체 판도를 가르는 곳은 역시 서울이다. 그 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한 서울 종로가 최고 관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곳에서 내리 3선을 한 새누리당 박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당 대표를 지낸 민주통합당 정세균 상임고문이 전북에서 이 지역으로 선거구를 옮기는 바람에 판이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당 대변인을 지낸 조윤선 의원에 이어 'MB 아바타'로 불리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공천을 신청해 내부 공천 경쟁부터 치열하다. 정운찬 전 총리의 전략 공천설도 흘러나오는 가운데 정 전 총리는 이날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권은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의 텃밭이었지만 이번 총선에선 강남을 지역이 화끈한 여야 대결의 장이 될 것 같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강력히 주장해 온 통합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강남을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새누리당에선 한미 FTA 전도사인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전략공천하자는 얘기가 나와 FTA 맞대결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김 전 본부장은 이날 공천 신청 여부에 대해 "노 코멘트"라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정 고문은 15일 라디오 방송에서 "기왕이면 한미 FTA에 관한 대표선수끼리 붙는 게 좋다"며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맞붙고 싶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에선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허준영 전 경찰청장, 맹정주 전 강남구청장 등이 공천을 신청해 내부 공천 결과도 관심거리다. 민주당 내에서도 원내대변인을 지낸 전현희 의원이 공천을 신청해 정 고문과 예선전을 준비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친노그룹의 상징적 지역인 경남 김해을도 관심 지역이디. 지난해 4ㆍ27 재보궐 선거에서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친노 인사인 이봉수 후보를 가까스로 따돌리고 재기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는데, 이번 총선에선 더 거센 친노 바람과 상대해야 할 수도 있다. '노(盧)의 마지막 비서관'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이 민주당 공천을 신청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구 수성갑과 광주 서구는 지역 구도를 깨기 위해 사지(死地)를 찾아간 의원들의 고군분투로 주목 받는 곳이다. 김부겸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역구인 경기 군포를 떠나 친박계 경제통인 3선의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버티고 있는 대구 수성갑에 도전했다. 새누리당 초선 비례대표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측근인 이정현 의원은 5선의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있는 광주 서구에서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이번 총선에 독립구로 신설될 것으로 보이는 세종시의 초대 국회의원이 누가 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가 최근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거물급 인사를 영입해 전략 공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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