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고사령관을 앞세운 여야의 4ㆍ11 총선 대회전이 시작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15일 각각 정당대표 연설과 취임 한달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에 임하는 입장과 각오를 밝혔다.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여야 대결의 신호탄이 올라간 것이다.
여성 장수들은 총선의 성격 규정부터 정반대로 했다. 박 위원장이 이번 총선을 "미래를 위해 전진하는 총선"이라고 규정했으나 한 대표는 이번 총선을 통해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겠다"며 '정권심판론'을 꺼냈다. 박 위원장은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했지만, 한 대표는 현 정권의 비리 의혹과 실정 등을 걸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면서 "박 위원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헌정 사상 유례 없는 여성 당수들 간의 맞대결이 어느 때보다 살벌한 격전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박 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정당대표 연설에서 "이번 4월 총선은 과거에 묶이고 과거를 논박하다 한 발자국도 앞으로 못 나아가는 선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전진하는 총선이 돼야 한다"며 "저와 새누리당은 잘못된 과거와는 깨끗이 단절하고 성큼성큼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와의 분명한 선 긋기가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는 "국민과 맺은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쇄신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앞으로 정치싸움과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민생과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중소기업ㆍ자영업자 살리기 방안 등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중도개혁적 정책들을 소개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정권 4년은 총체적 실정과 실패, 무능의 극치이며, 가장 최악은 부패와 비리"라면서 "이 대통령은 정권의 부정부패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무책임하고 무능한 내각을 총사퇴시키고 전면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권력실세 이상득, 최시중, 박희태의 추악한 비리도 드러났고 특히 새누리당 전 대표였던 박희태 사건은 청와대발 범죄 은닉 사건"이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한 대표의 강성 발언에 대해 공세의 초점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정권 심판론'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한 대표는 이어 박 위원장을 겨냥해 "난폭 음주운전으로 인명사고가 났다면 조수석에 앉아 있던 사람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침묵으로 도운 만큼 모르는 척, 아닌 척 숨지 말라"고 포문을 열었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민주당은 좋은 일자리 창출, 경제민주화 실현, 보편적 복지 확충 등 5대 경제 비전으로 총선에서 정권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의 내각 총사퇴 주장 등에 대해 청와대는 오랜만에 공식 논평을 내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박정하 대변인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야당이 정치 공세를 펴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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