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출신 여성과 베트남 남성의 영화 같은 러브 스토리가 화제다. 영국 BBC 방송은 14일(현지시간)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국경을 뛰어넘어 30년 만에 부부의 연을 맺은 뒤 하노이에서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한 부부 사연을 전했다.
팜 녹 칸(64)씨와 리영희(65)씨의 이야기는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1년 당시 23세이던 화학도 칸씨는 평양에 유학 갔다가 비료공장에서 일하던 한 살 연상의 리씨를 만났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사진과 주소를 교환한 뒤 1년 반 가량 사랑을 이어갔다. 하지만 공부를 마친 칸씨는 2년 뒤 홀로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베트남법상 국제결혼이 금지돼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떨어져서도 한글로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키워갔고, 그 사이 칸씨는 운동팀 통역원으로 북한을 여러 차례 찾아 리씨와 조우했다. 그러나 북한 정부가 외국인 접촉을 금지시키면서 만남이 오래가지 못했다. 칸씨는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리씨를 만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그럴 때마다 “리씨는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이미 죽었다”는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리씨의 편지도 1992년을 마지막으로 끊겼다.
포기하지 않고 그녀와의 재회를 학수고대하던 칸씨는 2001년 베트남 정치권 대표단의 평양 방문 계획을 접한 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의 사연을 대통령과 외무장관에게 편지를 통해 전달했다. 몇 달 뒤‘낭보’가 날아들었다. 북한 정부가 리씨에게 베트남 방문을 허용한 것이다.
이들은 2002년 12월 700여명의 하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감격의 결혼식을 올렸다. 칸씨는 54세, 리씨는 55세였다.
BBC는 “이제 60대가 된 부부가 하노이 시내에서 함께 낡은 오토바이를 타거나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최근 촬영한 영상과 함께 이들의 근황을 보도했다. 리씨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남편은 30년 동안 결혼을 안하고 나에게 편지를 썼다”고 회고했고, 칸은 BBC에 “아내에 대한 감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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