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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얼음의 땅 日 시레토코 반도·아바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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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얼음의 땅 日 시레토코 반도·아바시리

입력
2012.02.1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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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빙 둥둥, 남극 거닐 듯… 뒤뚱뒤뚱 펭귄 닮아가는 발걸음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하면 대개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이 됐던 오타루(小樽)시나 겨울 눈 축제로 유명한 삿포로(札幌)시를 떠올린다. 홋카이도 서쪽에 있는 이 지역들은 눈이 빚어낸 풍광으로 사랑 받고 있지만 반대편, 오호츠크해에 접한 홋카이도 동부에는 얼음의 축복을 받은 땅이 있다. 시베리아에서 흘러온 유빙(流氷)들이 머무는 곳, 아바시리(網走)시에서 시레토코(知床) 반도를 잇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들이 꼭 1년 전 '오호츠크해 특집'을 촬영했던 곳이기도 하다. 무한도전 멤버 박명수가 이 프로그램에서 부른 정체불명의 랩 속에 등장하는 가사 "오호츠크해 연안 돌고래 떼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갔다가 돌고래는 못 찾고, 유빙 위를 걷다가 유빙 사이에 빠지고 그러다 유빙을 먹기도 하며 실컷 놀았던, 화면이 온통 하얗던 그 곳이다.

유빙이라는 단어가 조금 낯설게 들린다면 푸른 바다 위에 하얀 얼음 조각이 둥둥 떠 있는 북극이나 남극의 풍경을 떠올리면 된다. 바다를 떠 다니는 그 얼음조각들이 유빙이고, 극지방에서만 볼 수 있다. 홋카이도 동부지역은 북반구에서 유빙을 볼 수 있는 가장 남쪽 땅이다. 북위 44~52도에 걸쳐있는 오호츠크해가 비교적 적도에 가까운 위치인데도 얼어붙는 것은 시베리아 대륙의 아무르강에서 흘러 들어온 담수로 표층 50m까지 염분이 적은 층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오호츠크해 해면의 80%가 얼어 얼음들이 북풍을 타고 남하, 1~3월 중순까지 홋카이도 동부 해안선을 따라 유빙이 끝없이 펼쳐진다.

홋카이도 동부의 작은 어촌 마을 아바시리에서 출발하는 쇄빙선 오로라호를 타고 20여분쯤 바다로 나가면 흘러 다니는 유빙을 볼 수 있다. 점점이 떠 있던 유빙들은 바다로 나갈수록 짙은 설원을 만들고 쇄빙선은 두께 약 30㎝~1m의 이 유빙들을 부수며 앞으로 나간다. 그런데 이 유빙들 모양이 의외다. 뾰족뾰족하게 깨진 얼음 조각이 아닌, 동글동글 예쁜 원 모양이다. 바다 위를 흐르며 모서리가 부서지고 닳아서다. 쇄빙선으로 30분 정도 달리면 크고 작은 하얀 원들이 하늘과 맞닿는 수평선까지 이어진다.

단지 유빙을 보는 데서만 그치지 않는다. 홋카이도 동부지역 중에서도 유빙이 가장 많은 곳인 시레토코 반도의 우토로에서는 직접 유빙 위를 걸을 수도 있다. 북쪽으로 뾰족하게 솟아있어 유빙이 더 이상 흘러가지 못하도록 막아 유빙이 많은 시레토코 반도는 아바시리에서 해안선을 따라 차로 2시간 달리면 나온다. 바다 위에 조각조각 떠 있는 유빙을 밟고 바다 쪽으로 걸어나가는 유빙 워크는 유빙이 부서져 물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장화부터 모자까지 일체형 전신 잠수복을 입고 체험한다. 입고 간 옷 위에 잠수복을 입기 때문에 물에 빠져도 춥지 않다.

유빙 워크의 첫 단계는 유빙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아보는 것. 건너갈 유빙 위에 한쪽 다리를 올려 얼마나 두껍고 단단한지를 눌러본 뒤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유빙만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아무리 단단한 유빙도 물 위에 떠 있는 얼음이기 때문에 사람이 올라타면 좌우로 흔들려 마치 흔들바위 위에 올라 서 있는 느낌이다. 유빙 워크의 진짜 재미는 입수. 올라탔을 때 유빙이 물 속과 물 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깨질 듯 말 듯 하는 순간의 스릴감에 어른 아이 모두 신나는 비명을 지른다. 사방 새하얀 유빙들 사이에 떠 있을 때는 의외로 포근하다. 영하 10도 안팎의 기온에 유빙 사이에 떠 있으면 10초 만에 몸 주위 수면에 얇은 얼음막이 생기는데 이 막을 가르며 헤엄칠 땐 '인간 쇄빙선'이 된 듯하다.

유빙이 선물한 건 북극에 온 듯한 풍광과 놀이터뿐만이 아니다. 아무르강 담수와 오호츠크해의 바닷물이 얼어 만들어진 유빙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가득 싣고 떠내려온다. 봄이 되면 대량으로 증식하는 이 플랑크톤은 풍요로운 어장을 만들고, 이 물고기를 먹으려는 바다사자, 바다표범, 흰꼬리수리, 참수리 등 희귀동물들이 몰려든다. 시레토코 반도 전체가 200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바로 이 생물다양성 덕분이었다.

희귀 동식물들의 보고인 시레토코 반도는 실제로 사람보다 사슴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시레토코 반도의 인구가 1,400명인데, 사슴이 2만마리 불곰이 300마리나 산다. 곰 밀도로만 따지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지역이다. 이곳 주민들은 "유빙이 없었다면 이런 생물 다양성도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는 불안감이 적지 않았다. 지구온난화로 매년 흘러오는 유빙 수가 감소했을 뿐 아니라, 단단히 자리 잡지 못하고 그냥 흘러가버리는 약한 유빙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30~40년 전만 해도 시레토코 반도 왼편에 있는 우토로에서 반대 편에 있는 라우스(羅臼)까지 거대한 산맥이 있는 육로 대신 유빙을 밟고 걸어 가기도 했고, 100?전에는 홋카이도 동부에서 30~40㎞ 떨어진 구나시리섬(國後ㆍ러일 영유권 분쟁 중인 쿠릴열도 4개 섬 중 하나)까지 걸어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로, 수십 년 후에는 오호츠크해 수온이 3, 4도 가량 상승해 표층이 얼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고 한다.

유빙의 감소는 풍요로운 어장의 감소와 이 어장에 기대 사는 동물들의 위험을 뜻하기도 한다. 박명수는 '무한도전'에서 앞뒤 맥락도 없이 "오호츠크해 연안 돌고래 떼죽음"이라는 가사를 만들어 랩을 하고, 막상 오호츠크해에 와서는 그냥 먹어도 될 정도의 깨끗한 유빙에 감탄했지만, 그 가사가 이 지역의 먼 미래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바시리시·우토로(홋카이도)= 글·사진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 원시림 품은 5개의 호수… 겨울잠 불곰 무슨 꿈 꿀까

홋카이도 동부 지역이 외국인들뿐 아니라 많은 일본인들에게 사랑 받는 것은 수 많은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웅장한 호수 때문이다. 시레토코 반도의 8경 중 가장 인기 있는 곳도 원시림에 둘러싸인 5개의 호수인 '시레토코 5호(湖)'로, 연간 50만명의 관광객이 이 곳을 찾는다. 이 호숫가 원시림에는 불곰들이 서식하기 때문에 곰 활동기(5월 10일~7월 31일)에 지상에서 호수를 보려면 인솔자와 동행해야 한다. 호수 가장자리에 별도로 설치된 나무다리에서는 1년 내내 자유롭게 호수를 볼 수 있다.

시레토코 반도에서 차로 2시간 가량 서남쪽으로 달리면 나오는 아칸 국립공원에도 멋진 호수가 있다. 화산 호수인 아칸, 굿사로, 마슈 호수는 웅장한 산악지형과 함께 아름다움을 뽐낸다. 특히 모래온천 호수인 굿사로 호수는 호변 모래에서 따뜻한 온천물이 보글보글 솟는다. 여름에는 사람들이 발을 담그는 온천 피서지, 겨울에는 따뜻한 물을 찾는 백조들의 안식처가 된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 여행수첩

● 홋카이도 동부 지역에 가려면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도쿄 하네다 공항을 경유, 오비히로 메만베츠 구시로 공항으로 매일 운항하는 JAL 항공을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르다. 항공편으로 삿포로에 간 뒤 JR이나 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지만 아바시리시까지 5,6시간이 걸린다. JAL 항공 (02)757-1711

● 홋카이도 동부 지역에 대한 자세한 여행 정보는 여행사 시키노타비(www.hokkaido.co.kr)에서 얻을 수 있다. 문의 (070)822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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